[기자수첩] 해외여행 안가면 정말 내수가 사나

  • 등록 2016-07-12 오전 6:06:00

    수정 2016-07-12 오전 6:06: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름휴가, 해외여행 말고 국내여행으로 갑시다.” 최근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올 여름휴가를 국내서 보내자는 캠페인이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면서부터다. 목적은 분명하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내수경기를 살려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국내여행 활성화라는 것이다.

2007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에 육박한 7조원의 관광적자를 줄여보자는 이유가 크다. 지난해 관광수입은 전년보다 14.3% 줄어든 152억달러(17조 50000억원)였고, 관광지출은 9.3% 늘어난 213억달러(24조 6000억원)였다. 그런데 올해는 이보다 더 심각해 최대 97억달러(11조 2000억원)의 관광적자에 이를 거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치로 보면 한국인의 해외여행 사랑은 거의 ‘광’적이다. 지난해 한국인 100명당 37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13명에 비해 3배가량 높다. 그렇다고 국민 탓만 할 순 없다. 뒤집어 생각하면 국내로 갈 만한 데가 없다는 방증이니까 말이다.

여름휴가 기간인 7월 말 제주도 특1급 호텔 디럭스룸 1박 비용은 20만~90만원대다. 여기에 차량임대비용에 식대와 관광지입장료까지 포함하면 여행경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1인당 100만원은 들여야 사흘 정도 다녀올 수 있다. 여름휴가 특수에 너나없이 프리미엄을 붙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여행도 만만치는 않다. 3박4일 기준으로 1인당 100만원 정도면 동남아도 빠듯하다. 하지만 국내와 별 차이가 차이 않는다. 오히려 더 저렴한 곳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해결책이란 것도 캠페인 형태의 미봉책에 그친다. ‘국내로 여름휴가 ’는 물론이고 외국인을 환대하자는 ‘K스마일’, 국내 관광을 독려하는 ‘여행주간’ 등. 캠페인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캠페인만으로 7조원 관광적자를 줄여 보겠다는 나이브한 생각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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