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읽어주는 남자]동물원 호랑이·사자·곰은 얼마면 살까

  • 등록 2016-04-02 오전 9:37:20

    수정 2016-04-02 오전 9:37:2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드디어 봄입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동물원 가기에도 참 좋은 날씨지요. 입장료를 내고 동물들이 재롱을 떨고 있는 걸 보던 한 아이가 아빠에게 질문을 합니다. “아빠, 저기 호랑이랑 사자랑 곰이랑 다 사면 얼마야?” 아이의 황당한 질문에 아빠는 당황할 수밖에 없지요. 모든 걸 다 아는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젠 걱정 없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시면 명쾌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 겁니다.

삼성에버랜드가 흡수합병된 삼성물산(028260)의 재무제표 주석을 열고 ‘동물’이라고 검색해봅니다. 2015년말 기준 삼성물산은 동물을 데려오는 데 30억400만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1억1600만원을 감가상각 비용으로 털었고 순장부금액으로 8억8800만원이 잡혀 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저 동물들을 최소 8억8800만원이면 살 수가 있다는 얘깁니다.

△자료 : 삼성물산 사업보고서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이면 에버랜드의 동물들을 모두 살 수 있다니…. 이렇게 싸다면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동물원 사업을 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을까요?

물론 실제 가격은 그렇지 않습니다. 동물들의 실제 가격이 순장부가격보다 더 비싼 이유는 동물 자산도 기계나 건물처럼 감가상각하기 때문입니다. 감가상각이란 건물이나 기계와 같은 유형자산을 사는 데 들어간 비용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으로 나눠 비용 처리하는 것을 말하지요. 값비싼 기계나 건물을 한꺼번에 비용 처리하게 되면 마치 회사가 영업을 엄청나게 못 한 것처럼 보이는 회계정보의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 감가상각을 하는 겁니다. 동물원 입장에선 동물들이 기계장치와 같은 유형자산입니다. 하림(136480)이나 마니커처럼 닭이나 돼지를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키우는 회사는 동물을 ‘생물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분류하지만, 동물원은 사자나 호랑이를 키워봐야 어디 팔 수도 없고 이를 활용해 입장료 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유형자산으로 분류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100년을 사는 거북이나 20년 사는 호랑이나 모두 5년 정도로 똑같은 수명을 정해 감가상각합니다. 호랑이나 거북이나 모두 5살까지만 산다고 가정하는 것이죠. 동물 하나하나마다 실제 수명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면 국세청에서 법인세를 매기기가 복잡해지고 한 곳에 가만히 있지도 않는 수많은 동물을 따로따로 수명을 계산해 회계처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00살까지 사는 거북이는 5년이 지나면 자산의 자산가치가 ‘0원’이 되니 억울한 만도 하지요.

또 암수 호랑이가 새끼를 낳아도 장부에는 기록하지 않습니다.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자산들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돈을 벌어주고 있는 셈이지요.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장부에 적힌 가치보다 훨씬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장부에는 감가상각 기간이 지나 ‘0원’으로 적혀 있거나 아예 기록도 돼 있지 않는 새끼들이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까요.

호랑이가 곧 죽을 수도 있는 몹쓸 병에 걸렸을 때 이를 수술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자산(자본적 지출)일까요? 비용(수익적 지출)일까요? 수술에 성공해 수명을 연장한다면 비용을 들여 자산 가치를 키운 것이 되니까 자산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동물들에게는 수명을 연장할 만큼의 대수술은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수명대로 살 수 있는 단순한 치료 활동으로 보아 한꺼번에 비용으로 털어내야 할 것이라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자, 이제 호랑이와 사자와 곰이 얼마인지를 묻는 아이에게 대답을 해줄 수가 있겠지요? “호랑이랑 사자랑 곰이랑 다 사면 8억8800만원이라고 회계장부에 표시돼 있지만, 새끼를 낳아 키우는 생명의 가치는 장부에 다 기록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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