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신약 1세대 '절반의 성공'..'제2의 한미약품' 곳곳에 포진

신약개발 20여년만에 26개 국산신약 배출
국내제약사 신약 255개 개발 중
글로벌 경쟁력 확보 신약물질 다수 확보
  • 등록 2015-11-13 오전 7:31:18

    수정 2015-11-13 오전 9:14:19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지난달 동아에스티(170900)의 당뇨치료제 ‘슈가논’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제약사들은 총 26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118년의 국내 제약역사를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제약사들이 지난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에 착수한 현실을 감안하면 양적으로는 풍족한 편이다.

다만 국산신약들의 상업성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국산신약의 작년 생산실적을 모두 합쳐도 1092억원에 불과하다. 한미약품이 지난 5일 사노피와의 당뇨신약 기술수출로 확보한 계약금 5000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받은 제품은 LG생명과학(068870)의 ‘팩티브’와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 2개 뿐이다. 그나마 이들 제품이 글로벌 신약에 근접했다고 평가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부진한 글로벌 성적표는 국내 제약산업의 높은 수입의약품 의존도로 귀결된다. 지난해 의약품 수출 실적은 24억 달러(약 2조7744억원)로 수입 규모 52억 달러(약 6조11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국산신약 개발 현황 및 생산실적(단위: 억원,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내제약사들이 향후 글로벌 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기본기를 닦았다고 평가한다. 국내제약사 한 연구소장은 “상위제약사들은 대부분 1개 이상의 신약을 내놓은 경험을 쌓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성과다. 두 번째, 세 번째 신약을 내놓으면서 노하우는 축적되기 마련이다”고 진단했다.

국내제약사들은 실제로 왕성한 연구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지난 8월 발간한 ‘2015 한국제약산업 연구개발 백서’를 보면 주요 연구개발중심 제약기업 40곳이 개발 중인 신약은 255건에 달한다. 이중 상업화가 임박한 임상3상시험을 진행 중인 신약은 22개에 이른다.

국내제약사들이 개발중인 개량신약은 188건에 이르고 바이오베터와 바이오시밀러는 각각 9건, 22건으로 집계됐다. 업체당 평균 10건 이상의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셈이다.

업체별로는 녹십자(006280)가 가장 많은 24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고 종근당, SK케미칼,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이 10개 이상의 신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주목받는 제품들도 많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는 러시아, 브라질, 중국 등 30여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 LG생명과학의 당뇨신약 ‘제미글로’는 105개국에 수출이 예약됐다.

동아에스티는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미국 입성을 앞두고 있고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 당뇨치료제 ‘슈가논’의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종근당(185750)(비만치료제), 일양약품(007570)(백혈병치료제), CJ헬스케어(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등도 신약 기술 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2건에 불과했던 국내제약사들의 기술수출 건수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29건, 16건으로 커졌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부문에서 셀트리온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과감한 투자를 발판으로 맹추격 중이다.

제약사들의 R&D 투자 비용이 늘면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게 된 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4년 제약산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상장 제약사의 R&D 비용은 8101억원으로 2009년 41126억원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현재 국내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신약이나 개량신약을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연도별 국내제약 기술수출 현황(단위: 건, 자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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