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슈퍼 엔저’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결정회의를 계기로 엔화 가치가 반등 기회를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어 엔화 가치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일본 도쿄 중심부에 있는 일본은행(BOJ) 본점 건물 전경(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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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3~14일 열리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하지만, 장기 국채 매입액은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시장에서는 국채 보유량을 정상화하기 위해 매입액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회의에서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장단기 금리 조작(YCC, 국채수익률 곡선통제)을 폐지했으나 채권 매입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채권 매입을 급격하게 줄이면, 금리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4월 이후에도 매달 6조엔(약 52조5390억원) 규모로 매입을 지속해왔다. 다만 정책위원들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는 등 채권 매입액 축소는 이미 기정사실화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축소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이 부족하기 때문에 채권 매입을 줄이거나 향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에 대한 단서를 남겨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축소 논의는 엔화 약세를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계속되는 엔화 약세로 소비자 물가는 끌어올렸지만, 수입 물가 급등으로 인한 가계의 소비 둔화 우려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일본 경기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5월 소비자 태도지수는 전달보다 2.1포인트 내린 36.2를 기록,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같은 달 서비스업 경기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가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줄여 엔저에 대응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규모가 줄면 국채 금리는 오르고, 국채 가격은 내려간다. 또 금리가 오르면 엔화 가치가 높아져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 수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채권 매입액 축소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우에다 총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대규모의 금융완화 출구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감액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이번 정책회의에서는 감액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에 대한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와노 류타로 BNP 파리바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채권 매입액의 감액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당한 유연성을 가지고 비연속성을 피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준 금리는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0.1%였던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으나 4월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오는 7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닛케이는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면 우호적인 환경을 유지할 수 있지만 부작용도 있는 만큼 7월과 10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