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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말을 기억하시는지요. 10년 전 국내에서도 유명했던 책의 제목인데요. 최대 원두생산지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작황이 좋아 원두생산량이 늘고, 생산량이 늘면 원두 가격은 싸지면서 결국 원두를 주원료로 하는 스타벅스는 원가절감 효과로 이익이 커진다는 논리입니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사소해 보이는 여러 현상들이 경제적으로 상호 연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설명해준 책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통조림과 횟감으로 즐겨 먹는 참치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스타벅스’를 패러디하자면 ‘동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면 참치회사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정도가 되겠습니다.
상장회사 가운데 참치와 관련된 종목이 의외로 많은데요. 동원그룹 계열로 동원산업(006040) 동원F&B(049770) 동원시스템즈(014820)가 있습니다. 사조그룹 계열로는 사조산업(007160) 사조오양(006090) 사조씨푸드(014710)가 있습니다. 신라교역(004970)이라는 회사도 있습니다.
먼저 동원그룹 계열을 보면 3개 상장회사가 수직계열화 형태입니다. 동원산업이 먼바다에서 참치를 잡아오면 동원F&B가 이를 활용해 참치캔을 만듭니다. 요즘에는 연어캔도 만들죠. 동원시스템즈는 동원F&B가 참치캔을 만들 때 필요한 용기(캔)를 만들어 납품합니다.
사조그룹 계열을 보면 사조산업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사조오양이 모두 참치를 잡습니다. 사조산업을 제외하면 참치잡이 선박보유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계열을 다 합치면 적지 않습니다. 단순히 이 회사들이 참치관련 사업만 하는 것은 아니고 어묵이나 맛살 같은 가공식품도 만들고 있지만 오늘은 참치와 관련해서만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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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 통조림용…사조그룹은 횟감용 비중 높아
우선 동원그룹과 사조그룹은 모두 참치로 유명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동원산업은 통조림용 참치 어획 비중이 높고 사조그룹 계열사들은 횟감용 참치 비중이 높습니다. 물론 동원참치라는 횟집도 있고 사조참치캔도 있습니다만 무엇을 주력으로 하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영업실적에 미치는 변수도 다릅니다. 가다랑어라고 하는 비교적 작은 고기가 들어가는 통조림용 참치는 그물로 잡는데 이를 ‘참치선망선’이라고 합니다. 동원산업이 국내 최대 선망선단을 운용 중이며 시장점유율도 당연히 1위입니다. 연간 14~15만톤의 참치를 어획합니다.
통조림용 참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거래가 가장 많은 태국 방콕거래소의 가격(선망 참치어가)입니다. 최근 참치가격이 올랐다고 나오는 것은 바로 이 가격을 말합니다. 연초에 톤당 950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달 초에는 1600달러로 60% 가까이 올랐습니다. 통조림용 참치가격이 오른 이유는 미국 참치어선들이 입어료(어장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로 1분기에 조업을 못하면서 공급량이 감소했고, 참치어장 근처의 태풍 영향도 일부 있다고 합니다.
전체 시장 공급량은 줄었는데 동원산업은 최근 참치잡이 어선의 장비를 고급화해서 예전보다 어획량이 늘었다고 합니다. 동원산업은 예전보다 많은 참치를 잡았고 가격은 올랐기 때문에 매출과 이익 모두에 도움이 되겠죠. 그래서 최근 동원산업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률 증가를 예상한 증권사 분석들이 나온 이유입니다. 반대로 계열사 동원F&B는 동원산업으로부터 참치를 사서 참치캔을 만드는데 주원료인 참치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있습니다. 참고로 동원산업이 잡는 통조림용 참치는 50% 정도를 국내계열사 동원 F&B에 공급하고 20% 미국계열사 스타키스트에 공급하며 나머지는 국제시장에 내놓는다고 합니다.
통조림용은 방콕가격…횟감용은 일본가격
통조림용보다 큰 횟감용 참치는 ‘참치연승선’이라는 배를 가지고 낚시 방법으로 잡습니다. 연승참치 어획량 점유율은 사조그룹 계열 4개사(사조산업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사조오양)를 합쳐 33%(2014년 기준)로 1위이고 동원산업은 20%입니다.
참치가격에 영향주는 변수…바닷물온도와 국제유가
참치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참치소비수요와 어획량 등입니다. 특히 어획량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바닷물 온도 △투입 선박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참치는 따뜻한 물에 잘 적응하는 난류성 물고기입니다. 따라서 엘니뇨(El Nino: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높은 현상)가 나타나면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넓은 바다 곳곳에 참치 어장이 있는데 따뜻한 어장이 많아지면 어디에 그물을 던지든 참치 잡기가 쉬워지는 것이죠. 최근 2년간 엘니뇨 발생 영향을 받아 참치 어획량이 증가했고 그 영향을 받아 참치가격은 내렸고, 국내 참치회사의 수산물부문 실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반면 라니냐(La Nina: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낮은 현상)가 발생하면 참치들이 물속 깊이 숨어들어서 어획량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어획량이 감소하면 아무래도 군데군데 있는 어장을 꼭 집어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첨단 어군탐지기 같은 장비를 갖춘 회사들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통조림용 참치가격 상승의 주된 배경은 선박수 감소에 따라 어획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국 어선이 조업을 못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바꿔 말하면 이들 어선이 다시 출항하면 어획량이 늘 수도 있겠죠.
국제유가도 참치가격과 연관이 있습니다. 참치잡이 어선을 움직이려면 기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유류비가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국제유가 하락이 무조건 국내 참치회사에 좋은 것만도 아니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 내려가면 원가절감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지나치게 내려가면 150여 척으로 추정되는 중국 참치잡이 어선들의 어획량이 크게 늘어서 결과적으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참치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습니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는 것 하나만으로 스타벅스가 좋아질 리 없듯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는 것만으로 국내 참치회사 실적이 곧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이러한 흥미로운 상관관계도 주목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의 수치와 내용은 각 회사 사업보고서와 대우증권(백운목), 신한금융투자(오경석) 보고서를 참고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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