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 스텝을 깎고 올라서자 또 다른 모퉁이가 나타났다. 나는 멍해져서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 느꼈던 기쁨이 우울한 투쟁으로 바뀌었다.”
1953년 5월 29일 날은 눈부시게 청명했다. 해발고도 8800m가 넘는 곳. 지표면이 하늘과 가장 가깝게 융기한 정점을 향해 두 명의 남자가 가쁜 숨을 내쉬며 힘들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었다. 영국 국적의 에드워드 힐러리와 네팔 국적의 텐징 노르가이였다. 둘이 걷는 길은 말 그대로 ‘전인미답’. 한 번도 사람의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기기 위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마침내 성공한다. 오전 11시30분께 힐러리가 드디어 8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것이다.
뒤이어 셰르파였던 텐징이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둘은 15분여 동안 사진을 찍고 가지고 온 기념품을 정상에 묻은 뒤 꼬박 하루 만에 베이스캠프로 무사히 귀환했다. 그리고 6월 2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 때 영국의 원정대가 세계 최고봉을 정복했다는 소식이 호외로 뿌려졌다. 훗날 힐러리는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는다.
에베레스트의 또 다른 이름은 히말라야다. 히말라야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눈의 거처’라는 뜻이다. 네팔과 인도, 중국 등에 걸쳐 있는 히말라야는 세계서 가장 높은 산맥으로 해발 7620m가 넘는 산이 30개 이상 있으며 해발 8000m가 넘는 고봉도 14개에 달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이들 고봉들이 인간에게 발걸음을 허락한 것은 불과 200여년 안팎이다. 특히 인간의 두 발로 히말라야의 정상을 밟은 것은 채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았다.
역사학 교수이자 열정적인 등산가인 저자들은 185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히말라야의 고봉을 올랐던 등반대의 역사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적어갔다. 단순히 등반과정 외에도 각국의 등반대가 어떤 상황에서 히말라야의 고봉에 도전해갔는지를 세밀히 살펴 고산 등정의 사회적인 맥락까지 살필 수 있게 했다. 히말라야 고봉 등반이 단순히 산악인의 도전정신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경쟁도 한몫했다는 것, 그리고 그 배경에 서구의 제국주의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설득력 있게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