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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따사로운 햇살 아래 오곡백과가 무르익어가는 계절, 가을입니다. 수확의 계절답게 전국 방방곡곡 자연이 지극 정성으로 키운 먹을거리가 넘쳐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제철 먹을거리를 주제로 한 축제는 물론 시장 골목골목에선 맛있고 향기로운 냄새가 살맛 나게 번져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전국의 ‘맛있는 거리’를 추천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바로 그런 곳들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의 손을 잡고 몸과 마음을 함께 살찌울 수 있는 음식 테마거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쫄깃쫄깃 고향의 맛…대구 안지랑 곱창거리=타지에 사는 대구 젊은이들에게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음식이 있다.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안지랑 곱창거리의 양념 곱창 구이다. 대구 안지랑 시장은 상인 대표의 주도로 상인과 구청의 공동구매를 통해 공동 브랜드인 ‘안지랑 곱창’을 만들었다.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곱창구이는 폐쇄 위기에 처한 안지랑 시장을 곱창거리로 변신하게 했다. 더불어 상인들의 남다른 노력과 화합도 더해졌다. 맛과 가격을 지키기 위해 곱창 공장 두 곳을 정하고, 돼지곱창 공동 구매와 손질법 개발, 위생관리 등에 상인회가 직접 나섰다. 특히 시장 내 편의시설 확충과 호객행위 등을 금지하는 등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지키며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렸다. 덕분에 시들어 가던 골목 상가가 ‘젊음의 거리’로 부활했다. 주변에 볼거리도 풍부하다. 곱창거리 앞에 자리한 대구 시가지 전망대 앞산공원, 옛 생활과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달성군의 마비성 벽화마을과 달성 도동서원, 중구의 공구 박물관도 가볼 만한 곳이다. 053-803-6512.
▲‘불고기·회·수육’ 복의 무한 변신…창원 오동동 마산어시장 복요리거리=복 요리로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고 해장도 하는 ‘복요리거리’가 창원에 있다. 복요리 식당 27곳이 모여 있는 오동동 10길 주변 일대가 바로 그곳이다. 시원하고 담백한 ‘복 맑은 탕’을 비롯한 다양한 복요리로 주민과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 어시장은 마산 앞바다의 풍성한 해산물들이 집하장에 모여 각지로 팔려나가면서 형성된 시장이다. 복어도 그중 하나로, 일제강점기엔 주로 일본인들과 일식집에 팔려나갔다. 1945년 무렵 포구와 시장 주변 식당들이 참복과 콩나물, 미나리를 넣어 끓인 국에 밥을 말아 내기 시작하면서 뱃사람·시장사람들의 한 끼 식사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70년대까지 몇 곳 안 되던 복요리 식당들이 90년대 들어 급속히 늘어나면서, 복요리거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요리도 다양해져 튀김, 불고기, 회, 수육, 껍질 무침 등이 술안주로 인기를 끈다. 복요리를 즐긴 뒤 둘러볼 만한 곳들로 복요리거리 건너편의 마산 어시장과 복요리거리에서 600m쯤 떨어진 창동예술촌이 있다. 봉암수원지에 조성된 산책로와 숲 속에 돌탑 970 여기가 있는 돌탑 군락지도 볼 만하다. 055-225-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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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대신 ‘동글이’ 쏙…남원 추어탕거리= 미꾸라지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몸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한다. 그래서 가을 미꾸라지를 최고로 치고, 이름에도 ‘가을 추(秋)’자를 넣어 추어(鰍魚)라 부른다. 지역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사골 국물에 두부를 넣는 서울식이나 고추장으로 칼칼하게 끓이는 원주식과 달리 남원 추어탕은 된장과 들깨 불린 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특히 남원추어탕에는 미꾸라지와 조금 다른 미꾸리가 주로 들어간다. 미꾸라지보다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해서 ‘동글이’라고도 불리는데,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다. 남원시농업기술센터가 토종 미꾸리 치어 생산에 성공해 인근 미꾸리 양식장에 공급한다. 남원 추어탕거리의 식당들은 이곳에서 미꾸리를 받아 추어탕을 끓인다. 지리산 인근의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추어탕 전용 무청도 남원 추어탕을 맛있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입맛에 따라 초피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 것도 남원 추어탕의 특징이다. 주변 볼만한 곳으로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가 있다. 남원항공우주천문대와 덕음산 솔바람길도 놓치지 말자. 063-63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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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의 아버지가 만들었죠‥강릉 초당두부마을= 바다 향 가득한 강릉 초당마을의 순두부는 사연도 맛도 깊다. 이곳 식당들은 바닷물을 간수로 쓰고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제조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부친이 집 앞 샘물로 콩물을 끓이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든 데서 초당 두부가 유래했다고 한다. 초당두부마을에는 대를 이어 순두부집을 하는 식당 등이 20곳 가까이 있다. 등 굽은 할머니들이 가마솥에서 콩물을 끓이는 모습은 강릉의 훈훈한 새벽 풍경이다. 정성이 깃든 이곳 순두부의 맛은 고소하고 질감은 몽글몽글하고 부드럽다. 순두부에 간장 대신 콩나물, 묵은 김치 등을 얹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두부로 배를 채운 뒤에는 허균·허난설헌기념관이나 안목해변의 커피거리, 경포해변 솔숲, 강릉선교장 등을 산책하면 좋다. 033-64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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