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쉬운 해고' 긴급 처방, 한국은 못해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인텔·폭스바겐,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 밝혀
대처법에 따라 재도약 사례로 평가될 수도
“韓, 미국처럼 유연한 고용시장 만들어야”
  • 등록 2024-09-11 오전 5:30:00

    수정 2024-09-11 오전 5:30:00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우리나라 기간 산업은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맥킨지 코리아 리포트 2023’은 한국의 국가 기둥 산업의 경쟁 심화를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텔과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계획은 주목할만하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이데일리]
인텔은 최근 1만5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의 인텔 위기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다수지만, 오히려 위기 대처 방법에 따라 미래에는 위기극복을 통한 재도약의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만8000명 수준의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으나 현재는 신사업에서 성장을 이뤘다. MS의 경우 위기극복을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임의고용원칙(At-will Employment)에 따라 고용이 유연한 국가이기 때문에 경영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독일 제조업의 상징과 같은 폭스바겐도 독일 내 2개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으며, 그 여파로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의 노사 갈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과거부터 노사 합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온 기업이다. 90년대엔 임금보전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했고 2004년엔 3년간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폭스바겐의 노사파트너십을 고려해보면 현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영상 해고 요건이 까다롭고 경영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격렬한 반대로 인해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우·쌍용차 등의 정리해고 사례는 우리 구조조정을 둘러싼 제도와 노동계 대응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대우·쌍용차는 결국 타 기업으로 넘어간 배경이다. 구조조정의 실패에는 고용경직성과 대립적 노사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 기업이 언제 위기에 처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급변하는 경영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고용유연성 제고 정책과 협력적 노사관계는 시대적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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