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돌리는 기관…국내 NPL 시장은 찬밥신세, 왜?

[관심 높아지는 NPL 시장]③
부동산 PF 집중된 국내 NPL 시장
IMF 거치며 기업 관련 사실상 전멸
수익화 한계 뚜렷…해외로 투자 논의
  • 등록 2024-05-29 오전 7:30:00

    수정 2024-05-29 오전 7:30:00

이 기사는 2024년05월29일 06시3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부실채권(NPL)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NPL 시장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외에선 재무 상황이 악화된 우량 기업의 NPL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반면 국내에선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에만 집중돼있어서다. NPL 투자에 관심있는 국내 LP(출자자)도 해외 NPL 관련 투자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NPL 시장은 대부분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공매로 넘어가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다. NPL을 싸게 매입해 부동산 업황이 회복된 후에 매도해 차익을 노리는 식인데, 부동산의 경우 채무관계 등 변수가 산적해 LP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NPL 시장이 발달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과거 국내 시장에서도 기업 관련 NPL은 활발하게 등장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대한통운, 진로 등이 대표적이다. 2013년 CJ그룹 품에 안긴 대한통운은 10년만인 지난해 매출 3배, 영업이익 6배라는 성과를 냈다. 진로 역시 2006년 하이트와 합병되며 맥주와 소주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기업 관련 NPL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기간 코로나 채무 상환 유예 등으로 한계 기업이 양산되면서 ‘부실화된 알짜 기업’이 사라진 셈이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을 꾀하는 LP들 입장에선 마땅히 투자할 투자처가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직 NPL 관련으로 투자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없다”면서 “최근 부동산 PF 등 관련 이야기가 많긴 하지만 과거 LP들의 NPL 투자에서 수익률이 기대에 못미치는 등 딱히 좋은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벤처캐피탈(VC)은 사모대출을 중심으로 NPL 투자에 나서고 있다. S&P마켓인텔리전스의 ‘2024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탈 전망’에 따르면 운용자산(AUM) 50억달러 이상 투자자 가운데 88%는 향후 12개월동안 사모대출 배분을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한계 기업과 부동산 업황 회복에 베팅하면서 시장 반전을 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NPL 시장에 좋은 기업 관련한 NPL은 씨가 말랐다. 법정관리 들어간 기업들 중에 NPL 투자로 기업 정상화를 시킬만한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과거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 관련 NPL에서 큰 수익을 냈는데,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섣불리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말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될 경우 중수익을 기대하는 기관의 사모대출 투자 수요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구조조정 전문 PEF를 육성하고 선제적·산업적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법 제도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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