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은 그 동안 3사 과점 체제에서 ‘메기’ 역할을 담당해 줄 신규 신평사 설립을 기대해 왔다. 금융위도 이번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에서 기존 3사는 과점 형태에서 높은 수익을 얻고 있지만 평가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고, 3사간 등급 불일치(rating split) 비중이 최근 5% 이내로 줄어드는 등 다양한 신용평가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런 문제점은 지난 7월28일에 열린 신용평가산업 공청회에서도 지적됐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청회에서 “기존 3사가 이익과 배당을 3분의 1씩 안정적으로 균점하면서 치열한 품질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개별 회사들이 좀 더 새로운 평가방법론을 적용할 유인도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그러나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규 신평사 진입을 허용하면 부실 평가와 등급쇼핑이 늘어날 수 있고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파이 나눠먹기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고려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가 우려하는 부분도 분명히 감안해야 하지만 동양사태 이후 조사한 SRE를 통해 나타난 시장전문가집단의 다수의견 역시 차별화된 등급과 다양한 정보제공 가능성에 더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다.
아울러 금융위의 판단은 현재 신평 3사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9.5%에 달하고 순이익 대비 배당성향이 81.3%에 이르는 등 수익의 상당 부분을 신용평가 인프라 재투자보다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현실 인식도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크레딧시장의 한 전문가는 “신규 신평사 진입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부터 있었기 때문에 기존 신평 3사 과점 문제를 개선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면 적어도 정부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이라도 보여줘야 했다”며 “시장평가위원회에 시장 여건은 물론 몇 개의 신규 신평사 진입을 허용할지 검토하고 결정토록 한 것은 정부 결정에 따른 책임 부담을 민간에게 떠넘긴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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