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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어려운데 파업수순 밟는다카대. 직장이 있어야지 다 살잖아요. 예전 왕 회장이 살아계셨으면 저렇게 데모 못하죠. 그 양반은 회사 문 닫았을거야, 아마.”(개인택시 기사)
울산 대표 기업 현대중공업(009540)의 인력 구조조정이 지역 민심을 둘로 쪼개고 있다. 가장의 실직은 곧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만큼 울산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작지 않았다. 희망퇴직자들이 평생 직장으로 생각한 회사를 떠나면서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내놓은 매물로 가득했다.
지난 10일 찾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앞 거리는 적막감이 흘렀다. ‘활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 작업복을 입은 무리가 간혹 눈에 띄었지만 과거 오토바이, 자전거 행렬로 발디딜 틈이 없는 모습과 사뭇 대조를 이뤘다.
조선소 맞은 편 전하동에서 수년 째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손모씨는 “거래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 4명 중 3명은 매도 희망자인데 현대중공업 다니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계속 인력 줄인다는 기사가 나오고 하니까 집을 팔면 얼마 받을 수 있는지를 일단 알아보러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한 것은 2년이 채 안됐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4년 3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울산은 작년부터 ‘어렵다. 안 좋아졌다’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울산은 크게 3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현대자동차가 있는 북구, SK에너지가 있는 남구, 그리고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다. 사실 동구는 이제 울산 내에서도 가장 침체된 지역이다. 울산 현대중공업 직영 근로자 숫자는 약 2만5000명, 하청 근로자 3만명과 인근 현대미포조선 직원까지 합하면 울산 동구로 출퇴근하는 조선 관련 종사자가 대략 7만명에 달한다. 3인 가구를 평균으로 잡으면 20만명에 이른다. 이중 울산 동구에 거주하는 18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현대중공업 식구다.
집값 하락도 두드러졌다. 전하동 빅3로 통하는 ‘e편한세상, 아이파크, 푸르지오’ 단지는 132㎡(40평) 남향 매물가격이 평균 4억2000만~4억3000만원에서 올들어 4억원까지 떨어졌다. 협력업체 직원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머물던 원룸 등 소형 매물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66㎡(20평)에 1억4000만원 하던 물건이 현재는 1억원 수준으로 30% 가까이 빠졌다. 거래는 작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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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말 기준 현대중공업 수주잔량은 탱커 44척, 컨테이너선 15척, LNG선 16척 등 선박 118척과 해양프로젝트 16건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조선 139억6800만달러, 해양 130만6800만달러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도크를 다 돌려야 인도시기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적지 않은 양이다.
그러나 올들어 신규 수주가 7척에 불과해 내년에 착공에 들어가는 선박은 한자릿수에 불과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매년 50척 정도 착공에 들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일감이 5분의 1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 신규 수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상황이라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도크를 줄여나가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진행한 만큼 향후 추가 감원이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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