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올해로 직장 생활 7년 차인 A씨는 최근 은행 적금 만기로 목돈을 손에 쥐었다. 은행 이자에 실망한 터라 올해는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결심했다. 뉴스를 검색하며 투자할 곳을 찾던 A씨는 로봇 기반의 투자 플랫폼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에 관심이 생겼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미국에서 이미 활성화된 투자 수단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투자를 결심했다. NH투자증권 홈페이지에 접속해 큐브(QV) 로보를 체험한 뒤에는 확신이 섰다. 투자성향부터 확인한 뒤 감내할 수 있는 손실의 범위, 목표 수익률 등만 설정하면 큐브(QV) 로보가 전 세계 금융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맞춤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추천 상품의 과거 평균치를 계산해 최대 수익률과 최소 수익률도 보여주고, 분할 투자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신뢰가 생겼다.
전업투자자 B씨는 최근 유안타증권이 새로 선보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티레이더 2.0’을 통해 매수와 매도 시기를 추천받고 있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5000개가 넘는 각종 변수와 증권사 자체적으로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자에게 적절한 주식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HTS다. 티레이더 2.0은 주가 그래프, 수급,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시간으로 유망 종목을 추천해주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매매 동향과 실적 등을 분석해 매도 시기도 알려준다. B씨는 인공지능을 100% 확신할 수 없어 자산 가운데 일부만 티레이더 2.0이 조언에 따라 매매하고 있다. 아직 크게 손해 본적은 없어 만족해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도 잇달아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QV로보어카운트’를 출시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1월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핵심기술인 ‘투자성과 검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로보 어드바이저 플랫폼을 개발을 위해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에서 트레이딩 시스템 글로벌 헤드를 역임한 이제훈 전무를 지난 2014년 6월에 영입했다. 이 전무를 중심으로 10여명의 전문개발팀을 구성해 2년여에 걸쳐 로보 어드바이저 플랫폼을 개발했다. 삼성증권은 ‘고배당 포트폴리오’ ‘업종 대표주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테마와 섹터에 투자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기반의 일임형 랩 상품과 사모펀드 형태의 상품을 준비 올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원회가 로보 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한 여건 조성을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 넣었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과 리밸런싱(재조정)을 실행하는 로보 어드바저 산업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