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인공지능 컴퓨터 ‘HAL9000’의 명대사다.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토성탐사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의 우주인을 죽이고 자신의(기계) 전원이 꺼질 위기에 처하자 주인공에게 내뱉은 한마디다.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 Go)’가 세계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 두 번째 승리를 거두면서 충격을 넘어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알파고는 마치 인간처럼 전체 판세를 읽으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 중반까지 ‘집’ 수만 놓고 봤을 때 이세돌 9단이 유리했지만, 막판에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운 수를 두면서 이겼다. 유창혁 9단은 “중앙에서 이세돌 9단이 예상치 못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세돌 9단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지만, 결국 알파고의 승리였다. “두렵다, 충격적이다”는 평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감정을 느끼는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AI 포비아’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에 도달하고, 인간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2045년은 앞으로 30년 남았지만 말이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는 알파고의 완승을 예상했다. 그는 “알파고는 이기는 수만 두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서도 우위를 보일 것”이라며 “많은 차이로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이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긴 것은 처음은 아니다. IBM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에게 이겼고, IBM ‘왓슨’은 미국 퀴즈쇼에서 인간을 상대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인공지능은 ‘퀀텀 점프’를 하고 있는데, 인간은 그대로라는 걱정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이 한단계 ‘퀀텀 점프’를 하면서 상용화되는 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의 연승으로 영화 속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의 출현이 걱정되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기우라는 평가다.
‘알파고’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제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아직 인공지능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더 풍부하고 편리하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특히 이번 대국을 통해 더 똑똑해진 알파고는 훨씬 유리해질 전망이다. 알파고는 바둑프로그램이 아니라 범용 프로그램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알파고에 바둑의 규칙을 입력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3000만 건의 기보는 알파고 입장에선 굉장히 적은 데이터인데, 알파고는 이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20여명의 인원으로 2년여만에 알파고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머지않아 인공지능 기술이 기업의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빠른 속도로 적용될 것인데, 구글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