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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채권단이 하이닉스반도체를 팔려고 할 때 ‘LG 맞춤형 인수구조’까지 제시하며 열렬히 구애했지만 LG의 답변은 ‘넌 내 스타일아니야’였다. LG생활건강(051900)이 이례적으로 M&A시장에서 식욕을 보이긴 했으나 전통적 LG의 경영방식이 아니었고, 그나마 더페이스샵(2010년 4600억원)을 제외하면 1000억원 안팎의 거래였다. 최근 5년간 LG가 가장 많은 돈을 쓴 M&A는 내달 잔금을 치르는 LG화학(051910)의 동부팜한농 인수(5100억원)다.
원샷법, LG의 M&A자금부담 덜어준다
롯데마저도 일찌감치 기재개를 켰던 M&A전장에서 LG(003550)가 ‘이불 속’을 고집해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지주회사 (주)LG는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아서 40명에 가까운 LG가(家) 친인척들에게 배당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LG의 배당정책은 로열패밀리들의 윤택한 생활과 직결된다. 이를 위해 손자회사는 자회사에, 자회사는 지주회사에 안정적으로 배당을 해줘야 한다. 지주회사인 탓에 총수 역시도 배당금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입이 없다. 공격적 투자보다는 안정적 배당이 재무정책의 우선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LG에서 분가한 GS·LS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배당정책 외에도 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여서 M&A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던 점도 있었다. 돈을 잘 버는 계열사가 돈이 부족한 계열사를 도울수 없고, 일시적으로 많은 지분(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을 한꺼번에 매입해야 했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LG그룹에게 계열사 한곳에 집중되는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다른 계열사의 기술·사업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관건은 경영자의 의지다.
LG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자동차 부품·에너지 솔루션·사물인터넷(IoT)과 같은 분야를 재편할 때도 원샷법의 소규모분할·합병을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 뿐 아니라 화학·이노텍·유플러스·CNS·하우시스 등 다수 계열사가 관련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양형모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전장부품, LG화학의 자동차배터리, LG이노텍의 부품을 소규모 분할로 신설한 후 합병해 전기차 관련 자동차사업부를 신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주회사로 옮겨 신성장사업을 총괄하면서 이러한 사업구조 개편이 탄력받을 지 주목할 포인트다.
이를 위한 주된 자금원은 구 상무가 지분을 보유한 LG상사(2.11%)와 범한판토스(7%)가 될 수 있다. 향후 기업가치를 높인 후 (주)LG가 이 회사 지분을 인수, 자연스레 현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하늘과 바다의 운송업체 범한판토스는 최근 육상운송을 하는 하이로지스틱스를 LG전자로부터 1054억원에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역삼각합병·삼각분할합병 형태로 직접 지주회사 LG 주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러한 방안은 애초 원샷법에 포함됐으나 오는 3월 시행하는 개정상법에 먼저 반영되면서 중복된다는 이유로 빠진 항목이다. 경영승계목적의 사업재편을 허용하지 않는 원샷법과 달리 상법은 적용범위 제한이 없다. LG그룹 후계자가 움직이기에는 원샷법보다 상법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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