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영화 ‘도리화가’는 조선 말 판소리를 정립한 신재효와 그의 수제자 진채선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진채선이지만 역사는 신재효의 선각자적인 인생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신재효는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 시절 판소리의 이론을 가다듬고 당시 금기였던 여성 명창을 길러냈다. 진채선은 신재효가 길러낸 여성 제자였다. 지금으로 치면 여성 가수를 키운 셈이다.
조선 숙종 때 태어나 영조 때 활약한 김성기는 활을 만드는 장인이었다. 그러나 거문고 연주에 관심이 많았던 김성기는 결국 당대 유명 연주자인 왕세기로부터 거문고를 배웠고 한양 최고의 연주자란 명성을 얻는다. 시조집 ‘청구영언’을 엮은 김천택이 그의 소문을 듣고는 찾아와 시조창을 하며 어울리기도 했는데, 주변의 가객까지 모은 이들은 훗날 ‘경정산가단’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밴드를 만들어 한양의 잔치판을 휩쓸고 다닌 것이다.
성리학과 신분제를 국가기조로 삼았던 조선에선 양반 이외의 사람은 대접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타고난 재주와 노력으로 신분을 극복하고 시대에 활력을 불어넣은 연예인이 있었다. ‘이항견문록’ ‘추재기이’ 등 조선 야사를 담은 책 등에서 고른 32명의 삶이 이를 방증한다. 비록 정확한 기록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책은 상상력을 덧붙여 조선 엔터테이너의 삶을 흥미롭게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