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조가 임금동결, 쟁위활동(파업) 금지 등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고비는 넘기게 됐지만 인력 감축 등 자구계획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수 있어 경영 정상화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간산업 특성상 구조조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조선업계 전체의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 실사 결과 및 4조~5조원의 자금 지원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가치 제대로 따졌나..‘구조조정 원칙’에 의문 제기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 누적(1~9월) 영업적자가 4조 3003억원, 당기순손실 3조 788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 보면 4조 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부채비율은 4000%로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월 말(776%)에 비해 다섯 배 가량 상승하는 것인데 선박을 수주하고 이를 만들어 자금을 회수하는 등 영업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 되는 셈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대규모 자금 지원이 마중물이 되고 내년부터 대우조선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우조선이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주 물량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데다 공사손실충당금으로 반영됐던 부분이 들어온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기간산업 구조조정 어려워..조선산업 재편해야
대우조선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제 살 깎기식 자구 노력은커녕 지난달 임협에서 직원 1인당 9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모럴헤저드’ 행태를 보여 사회적 비판 여론이 거센 탓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대우조선이 부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진행했지만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자 최대 3000여 명 수준의 인력구조정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자금 지원을 계기로 대우조선의 민간 매각과 함께 조선업계 통·폐합 등 산업 재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조선산업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려 순차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특정 기업의 자체 구조조정만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대우조선의 부실규모가 어쩌다 이렇게 커졌는지, 그 과정에서 산은과 금융위원회는 뭘 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하고 반드시 살려야 하는 이유와 살릴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밝혀야 한다”며 대우조선 부실 사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