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닭볶음면은 매운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인 스코빌이 4400SHU에 달했다. 불닭볶음면의 흥행 이후 매운맛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삼양식품은 스코빌 지수 8706SHU의 ‘핵불닭볶음면’을 한정 판매했고 이어 1만SHU의 핵불닭볶음면을 정식 출시했다.
매운맛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1일 제너시스BBQ가 운영하는 치킨브랜드 BBQ는 신제품 ‘뱀파이어치킨’을 출시했다. 뱀파이어치킨의 스코빌 지수는 1만4000SHU. 불닭볶음면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BBQ 종로본점에서 열린 뱀파이어치킨 시식 행사에 참석해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이미 식탁에 치킨이 준비돼 있었다. 약간 매운 향을 내는 양념 치킨을 보며 ‘사진보단 덜 매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시식 참가자들이 마음을 놓게 하려는 주최 측의 의도였을까. 이는 이날의 주인공인 뱀파이어치킨이 아닌 앞서 출시한 ‘극한매운왕갈비치킨’이었다.
|
한입 베어 물자 우려했던 것보단 맵지 않았다. 3단계가 1만4000SHU이기 때문에 1단계는 못해도 불닭볶음면 정도는 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보단 덜 맵게 느껴졌다. 매운 음식을 어느 정도만 먹을 수 있어도 충분히 도전해 볼만 했다. 물론 참가자 40명 중에는 1단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1단계에서 안심한 뒤 2단계 다음 도전에 나섰다.
뱀파이어치킨은 겉보기로는 1·2·3단계가 큰 차이가 없다. 이 역시도 먹는 이의 방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
2단계에선 신체 반응이 있기까지 30초가량의 시간이 걸렸다면, 3단계는 즉각적이었다. 먹자마자 두피에 땀이 차올랐다. 매운맛을 넘어선 ‘아픈 맛’이다.
입술이 부어오르고, 혀가 얼얼하고, 편도 주위가 따가웠다. 확실히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음식보다 매웠지만, 참을만했다. 그런데 참지 말았어야 했다.
3단계 성공자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번외 행사에 도전해 3단계 치킨 총 다섯 조각을 다시 먹었다. 혀가 마비됐는지 입안의 통증은 사라지고 대신 속앓이가 시작됐다. 이름 그대로 ‘헬게이트(지옥문)’가 따로 없었다.
객기만 가지고 도전할 음식이 아니다. 혈기와 용기는 물론 우유와 위장약까지 있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한편, BBQ는 뱀파이어치킨을 시작으로 ‘세계 맛 좀 볼래’ 콘셉트로 내년 연말까지 매달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