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박' 한미약품, '복제왕국'에 성공DNA 제시하다

한미약품, 올해 7.5조원 빅딜 성사
'복제왕국' 등 패배주의 벗어날 계기 마련
한국제약사 R&D 잠재성 재조명
시장성 갖춘 신약개발 전략 시급
  • 등록 2015-11-13 오전 7:30:00

    수정 2015-11-13 오전 7:3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아시아 최대 다국적제약사 다케다는 설립 초기에는 수입의약품을 파는 내수용 제약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1970년대 항생제로 벌어들인 실탄을 발판삼아 1989년 전립선암치료제 ‘루프린’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케다는 루프린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당뇨약 ‘액토스’, 골다공증치료제 ‘에비스타’ 등 추가로 경쟁력있는 약물을 쏟아냈고 다수의 해외업체를 인수하면서 세계 15위 글로벌제약사로 발돋움했다.

한미약품의 연이은 초대형 신약 기술 수출로 국내 제약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 제약역사 118년만에 일본 제약사 다케다와 같이 기술력으로 무장한 글로벌제약사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한국제약사의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정복의 신호탄을 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쏟아진다. 반면 제 2의 한미약품이 등장하려면 세계 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연구개발(R&D) 전략이 시급하다는 쓴소리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올해 총 4건의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을 체결했다. 4건의 계약금으로만 이미 받은 1억 달러를 포함해 약 7356억원을 확보했다. 4개의 제품이 모두 상업화 단계까지 성공하면 7조5605억원을 받게 된다. 작년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14조2805억원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수출 계약 쾌거가 국내제약 역사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갈원일 한국제약협회 전무는 “한미약품의 수출 계약으로 국내제약사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간의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제약사들은 그동안 찬밥 취급이었다.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발굴하지 못한 탓에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모방해 만든 복제약(제네릭)에 의존하며 ‘복제왕국’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제네릭 시장도 포화에 이르자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대신 판매하면서 근근이 외형을 키워왔다.

국내업체간 경쟁 심화는 불법 영업행위로 이어졌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업체가 40개 업체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천문학적인 뒷돈을 건넨 혐의로 총 570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지금도 검찰·경찰로부터 적발된 리베이트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리베이트로 발목 잡힌 제약사들은 잠재적인 죄인 취급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처벌 수위를 점차적으로 높였고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보험약가도 지속적으로 깎았다.

제약사들의 왕성한 R&D 활동은 좀처럼 주목받기 힘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정책을 상담하다 보면 ‘니들이 무슨 신약 개발을 하냐 남들 약 가져다 쓰면 되지 않느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을 계기로 국내제약사들의 R&D 노력이 인정받을 때가 됐다는 시선이 확산됐다. 국내제약사들은 1993년 첫 신약 ‘선플라주’가 나온 이후 22년만에 26개의 신약을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국내제약업체들이 개발 중인 신약은 총 255건에 달한다. 188개의 개량신약이 개발 중이다.

다만 이들 중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배출한 국산신약 중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등장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적기에 개발하며 ‘빅딜’을 성사시킨 만큼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R&D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은 “다케다나 길리어드와 같은 다국적제약사들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특정 질환이나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거나 시장성이 높은 신약을 선별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R&D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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