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연이은 초대형 신약 기술 수출로 국내 제약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 제약역사 118년만에 일본 제약사 다케다와 같이 기술력으로 무장한 글로벌제약사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한국제약사의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정복의 신호탄을 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쏟아진다. 반면 제 2의 한미약품이 등장하려면 세계 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연구개발(R&D) 전략이 시급하다는 쓴소리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올해 총 4건의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을 체결했다. 4건의 계약금으로만 이미 받은 1억 달러를 포함해 약 7356억원을 확보했다. 4개의 제품이 모두 상업화 단계까지 성공하면 7조5605억원을 받게 된다. 작년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14조2805억원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수출 계약 쾌거가 국내제약 역사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갈원일 한국제약협회 전무는 “한미약품의 수출 계약으로 국내제약사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간의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제약사들은 그동안 찬밥 취급이었다.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발굴하지 못한 탓에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모방해 만든 복제약(제네릭)에 의존하며 ‘복제왕국’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제네릭 시장도 포화에 이르자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대신 판매하면서 근근이 외형을 키워왔다.
리베이트로 발목 잡힌 제약사들은 잠재적인 죄인 취급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처벌 수위를 점차적으로 높였고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보험약가도 지속적으로 깎았다.
제약사들의 왕성한 R&D 활동은 좀처럼 주목받기 힘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정책을 상담하다 보면 ‘니들이 무슨 신약 개발을 하냐 남들 약 가져다 쓰면 되지 않느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들 중 상업적으로 성공한 제품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배출한 국산신약 중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등장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적기에 개발하며 ‘빅딜’을 성사시킨 만큼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R&D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은 “다케다나 길리어드와 같은 다국적제약사들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특정 질환이나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거나 시장성이 높은 신약을 선별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R&D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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