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홍제동에 위치한 인왕시장에서 만난 이재석 상인회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효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인왕시장은 왕복 2차선 도로를 끼고 롯데마트와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의무휴업은 오히려 대형마트에 면죄부만 주는 꼴”이라며 “경쟁을 피하게 만드는 규제가 아닌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왕시장 인근에서 만난 청과물 상인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중반의 한 상인은 “마트가 들어선 이후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면서도 “마트가 문을 닫으면 주변 일대가 한산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푸념했다.
가장 먼저 대형마트와 SSM 규제에 나선 전주시 역시 지금의 규제로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종근 전주 동문상점가 회장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같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
대형마트 규제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세대 경제학부 정진욱 교수와 최윤정 교수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의무휴업 영향으로 대형마트 매출은 월간 2307억원 줄어든 반면 전통시장과 소형 슈퍼마켓 매출은 월간 448억~51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형마트가 잃은 매출 중 5분의 1만이 전통시장으로 흘러들었다는 얘기다.
서울 수유시장의 한 가운데에는 롯데슈퍼가 있다. 이 곳에서는 시장에서 구매한 물품도 롯데슈퍼가 같이 배달해주는 시스템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슈퍼 수유점에서 만난 조화란(33) 씨는 “과일이
서울 강북구 삼양시장도 인근의 대형마트와 손잡은 사례에 속한다. 강수배 삼양시장 상인회장은 “마트가 휴업을 하는 것보다는 마트와 연계해 바자회를 여는 편이 고객 유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삼양시장은 롯데마트와 매년 두차례 가량 바자회를 열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시장 입장에선 마트에 손님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것도 문제지만 마트가 문을 닫아 시장을 둘러보는 손님이 아예 끊기는 것도 큰 걱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마트에서 유아용품을 구매하던 김세정(32) 씨는 “아무래도 아이들 물건이 잘 구비된 마트를 찾게 된다”며 “마트가 쉬는 주에는 미리 장을 보던가 아예 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생노력 끝에 수유시장과 삼양시장은 마트나 SSM 입점 직후 반토막난 매출이 지금은 예년의 80%선까지 회복했다. 이석희 롯데마트 삼양지점 부지점장은 “주변 상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장 일대에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바자회 등에 필요물품을 제공하는 등 여러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