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5일 똑같은 공지문을 출입기자들에게 보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총장은 7월25일 주례 정기보고에서 중앙지검장에게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중앙지검장은 대검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당연한 말을 굳이 기자들에게 보낸 게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 공지문이 나가기 전까지 검찰은 숨막히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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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20일 오후 1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 20분께까지 김 여사를 검찰청사로 소환해 조사하는 대신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조사한다는 내용을 대검에 사전보고하지 않고 조사 종료 1시간 50분 전에야 사후보고했습니다. 통상 검찰은 중요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만 이게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 패싱’이란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이 총장의 진상파악 지시는 수사팀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김경목(38기) 부부장검사가 ‘회의감을 느낀다’며 사표를 낸 것입니다. 여기에 이 지검장은 대검에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감찰부의 진상파악에 응할 수 없다”며 “대검 감찰부의 진상파악이 진행될 경우 수사팀 동요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미뤄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검찰총장의 진상파악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검찰 안팎에서는 ‘항명’에 가깝단 평가를 내렸습니다.
대검, 진상파악 최소화…갈등 봉합 국면
계속될 것 같은 갈등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이원석 총장은 현안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하고, 이창수 지검장은 대검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답하며 갈등은 어느 정도 봉합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전히 김 여사에 대한 사건 처분이라는 갈등의 뇌관은 남아있습니다. 이 총장은 지난 22일 도어스테핑 당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수사팀에서는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가닥을 잡았단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총장의 말대로 법과 원칙에 따른 처분을 할지, 또 이 총장은 갈등을 딛고 수사지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