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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들으면 금융사 관련 내용 같지만, 이는 일반적인 금융거래가 아닌 환자가 보험사에 공익 제보한 내용이다. 이 보험사기엔 설계사뿐 아니라 중간책 역할을 하는 브로커, 돈을 대는 병·의원까지 전문적인 보험사기 ‘꾼’들이 얽혀 있다.
먼저 보험설계사의 보장 컨설팅에서부터 보험사기가 시작된다. 설계사는 보험소비자에게 보장 컨설팅 서비스나 계약을 체결할 때 슬쩍 “백내장 수술도 하고 현금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꼬드겼다. 설계사가 병·의원에게 환자를 제공하는 브로커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첫번째 연결책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브로커를 통해 모인 환자들은 한 강남 소재 병원으로 향했다. 환자들이 전국에서 모인 탓에 관광버스가 동원되기도 했다. 이들은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서 ‘관광버스 이동’, ‘숙박 및 식사 1박2일’ 등 편의도 봐주는 ‘백내장 패키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기 가담 환자, 직장인·주부·농부 등 다양
‘설계사→브로커→병·의원’으로 이어지는 보험사기 조직의 수법은 점점 더 과감해지지면서 결국 꼬리가 밟혔다. 보험사기 가담자 중 환자들이 평범한 직장인, 주부, 농축산업 종사자 등 일반 시민들로 넓어지자, 환자나 병원 관계자들의 공익 제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안과 병원과 브로커 사무실 등 7곳은 의료법 위반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압수수색을 당했고, 보건복지부는 과잉 수술로 조사를 진행한 뒤 병원장과 브로커를 검찰에 송치했다. 백내장 환자가 아님에도 단순 시력교정 목적으로 다초점렌즈 수술을 권유하거나 브로커 조직과 연계한 수술 유도, 거짓청구 권유 등 과잉 수술을 부추겼다는 혐의다.
실제로 국내 4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1분기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 안과가 받은 보험금 규모는 평균 49억원으로 나머지 900여개 안과가 받은 평균 보험금보다 약 29배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백내장 보험사기 수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사례는 줄었지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페이백을 주는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보험사기 제안들은 지속되고 있다”며 “의심 사례를 알게 된 경우 금감원이나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적극 제보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