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1시까지만 해도 청약 증거금은 24조원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마감까지 5시간 만에 34조원이 넘게 들어오면서 총 증거금이 58조4000억원으로 카카오게임즈 당시 몰려들었던 사상 최고치, 58조5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청약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를 통해 청약하려는 투자자가 많았던 것일까요? 많은 투자자들이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에 청약하면 혹여나 1주라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모주 배정 결과를 보면 경쟁률 낮은 증권사를 찾아 헤맨 수고로움은 별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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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청약을 중개한 국내 증권사는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외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총 4곳이 있습니다. 이들이 공모주 청약을 받은 후 주식을 어떻게 배정하는지, 배정 기준이 무엇인지는 상당히 불투명합니다.
투자설명서를 보면 4개 증권사별로 투자자에게 배분할 수 있는 공모주가 다르고 청약 주수 단위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각 증권사는 청약 신청 주식을 투자자에게 `잘` 배분해야 할 것입니다. 투자설명서에선 청약 주식 수에 비례해 안분 배정하고 1주 미만의 단수주는 ‘5사 6입(소수점 자리 5미만은 버리고 5초과는 반올림)’ 처리하고 그래도 남은 주식은 추첨을 통해 재배정(증권사 자체 인수 가능)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 외에는 어떻게 배정이 이뤄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공모주 배정 결과를 보면 증권사 별로 제각각입니다. 키움증권에 청약한 투자자는 250주, 증거금 1687만5000원만 넣어도 1주를 받는데 미래에셋대우에 청약한 투자자는 그 두 배인 500주, 3375만원을 넣어도 1주도 못 받습니다. 두 증권사 경쟁률에서 차이가 나냐고요? 아니요. 미래에셋대우는 589.74 대 1, 키움증권은 585.23 대 1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각 증권사는 청약 주수 단위별로 증거금을 받고 각각의 청약주수를 청약경쟁률로 나눠 공모주를 배정합니다. 예컨대 NH투자증권의 경우 300주를 청약하고 이를 경쟁률(564.69)로 나누면 0.53이 나오고, ‘5사 6입’ 원칙에 따라 반올림에 1주를 배정합니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미래에셋대우는 청약 주수를 경쟁률로 나눠 1미만이 나오면 아예 0으로 취급해버립니다. 1이상부터 ‘5사 6입’을 적용해버리죠. 그래서 미래에셋대우에서 빅히트 1주를 받으려면 600주를 청약했어야 합니다.
`깜깜이` 공모주 배정 기준 공개해야
증권사별로 그때 그때 다른 공모주 배정 기준은 어디에도 공개가 안 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경쟁률만 보고 어느 증권사에 청약할까를 고심하는 투자자들만 엄한 데 시간과 마음을 쓰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공모주 배정 결과를 받아든 투자자들은 불만이죠.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빅히트에 청약한 한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투자자는 “미래에셋대우의 배정 방식은 타 증권사와 비교해 임의적이고 불합리할 뿐 아니라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불공정하다”며 “정부가 잔고가 많은 계좌만 유리한 구조(증거금 많을수록 공모주 많이 가져가는)를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려고 하는데 미래에셋대우의 배정 기준은 이런 정부 기조와도 정면 대치된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사들은 ‘이리오세요. 저희한테 계좌 트고 공모주 청약하세요.’라고만 영업하기 이전에 ‘깜깜이 공모주 배정 기준’이나 성실하게 공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증거금에 따라 어느 증권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한 지 제대로 좀 따져보고 청약할 기회를 갖는 것은 투자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모처럼 공모주 열풍이 부는데 이런 분위기를 증권사 스스로 망치진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