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②이우영 폴리텍 이사장 "따뜻한 개혁과 소통..정조의 리더십에서 배워"

정조 말과 글 기록한 '치세어록' 개혁과 소통의 참고서
정조시대 관통한 이용후생 실사구시 정신 폴리텍 경영 접목
  • 등록 2016-05-25 오전 6:30:00

    수정 2016-05-25 오전 6:30:00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폴리텍은 효율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그 기반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기본이 돼야겠죠. 이러한 개혁과 소통의 참고서가 정조의 치세어록입니다.”

5월 초 봄비가 내리는 날 인천 부평구 한국폴리텍대학 본부에서 만난 이우영(사진) 이사장의 말이다. 그곳에서 만난 이우영 이사장은 폴리텍의 100년을 위한 설계와 구상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폴리텍은 고용노동부 산하의 특수대학이다. 24개의 기능대학과 19개의 직업전문학교가 통합되면서 2006년에 한국폴리텍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했다. 개교 이후 지금까지 230여만명의 산업인력을 배출해 낸 대한민국 최고의 공공 직업교육대학이다. 폴리텍이 지금까지 기능대학으로서 초석을 다졌다면 앞으로는 한국의 대학 문화를 바꿔나가는 선봉이 돼야 한다는 것이 이우영 이사장의 생각이다.

따뜻한 개혁과 소통..정조의 리더십에서 배운다

이 이사장은 출범 10주년을 계기로 학과개편 및 교원수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최근 3년간 100명가량의 교수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5년간 교수 500여명이 더 바뀔 겁니다. 전통적인 직업 훈련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민감한 젊은 사람들로 교수진을 꾸리고, 취업률이 떨어지는 학과는 폐과하거나 통폐합할 계획입니다.”

개혁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하다. 아무리 좋은 개혁도 구성원들의 소통과 공감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속도가 붙을 수 없다. 이 이사장이 가까이 두고 틈날 때마다 읽어보는 책이 정조의 ‘치세어록’이다.

정조는 조선시대 역대 통치자 가운데 가장 많은 글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통치자가 직접 글을 쓰기보다는 담당 문사가 대필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글쓰기를 유별나게 좋아했던 정조는 대부분 자신이 직접 썼다. 말을 아끼는 게 미덕인 시대였지만 정조는 말도 많았다고 한다. 이는 신하들과의 소통으로 이어졌다. 정조는 글과 말로 갈등을 극복하고 신하들을 다독이면서 국정을 수행했다.

“정조는 모든 백성에게 국정의 현황과 행정을 세세하게 알렸어요. 새해 첫날 한 해 농사를 잘 짓도록 권장하는 권농윤음(勸農綸音)을 정기적으로 반포할 정도였죠. 치세어록은 조선후기 최고의 부흥기를 이끈 정조의 말과 글을 엮은 책으로 정조의 사상적 궤적과 지도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온갖 갈등 속에 살아가는 통치자의 고뇌도 엿볼 수 있죠. 치세어록은 일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를 때마다 스승이나 동료와 대화하듯 읽는 책입니다.”

이용후생..실력으로 인정받는 공정사회로

“위엄을 지키되 매섭게 하지 말고 은혜를 베풀되 나약하지 말라.” 가뭄이나 흉년으로 백성의 삶이 어려운 지역을 암행하는 어사들에게 정조가 당부했던 얘기다. 백성에 대한 걱정과 사람에 대한 통찰력, 정조의 인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이사장의 목표 중 하나가 ‘가슴 따뜻한 참 기술인 양성’이다. 이 이사장이 주도하는 폴리텍의 변화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폴리텍이 취업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 이사장 취임 후에는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힘을 쏟고 있다.

폴리텍은 종종 호주의 직업훈련기관인 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와 비교되곤 한다. 호주의 TAFE는 지역에 근간한 직업교육을 통해 다양한 전문 기술인을 양성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이다.

이우영 이사장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60여명의 교직원을 호주 TAFE로 파견했다. 그는 “세계 각국으로 보내는 해외연수를 지난해부터 호주로 일원화하고, 교수들이 호주 연수를 통해 선진교수법을 배우고 호주 정부가 인정하는 역량평가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직업훈련 교육에 힘쓰는 건 바로 스펙이 아닌 실력을 통해 인정받는 공정한 사회를 꿈꾸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정조시대에 꽃피웠던 북학파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이사장의 철학은 지난해 12월 신임교수 채용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20여년 이상 실무경력을 쌓은 현장 전문가 2명을 교수로 선발해 화제가 됐다.

◇웃음과 해학을 잃지 말아야..독서와 친구는 인생의 전환점


“풍성한 식탁 앞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죠. 하수들이나 심각한 이야기로 즐거운 자리를 망칩니다.” 이 이사장은 대화, 소통의 질과 품격을 중요시한다. 이를 위해 그는 좋은 친구와 책을 늘 곁에 두고자 애쓰고 있다고 했다.

“성공하는 사람 불변의 공통점은 독서일 정도로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독서가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은 독서가 세계관, 인생관을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은 우리가 어떠한 사람을 만났는가, 어떤 책을 읽었는가에서 좌우됩니다. 독서란 우리 삶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행위입니다.”

이 이사장은 폴리텍대학 학생들의 독서능력 향상을 위해 캠퍼스 곳곳에 북카페를 만들고, 지난해 10월에는 추천도서 목록인 ‘K-폴리텍 100선’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엄선했다. 해마다 전 캠퍼스의 독후감 경진대회를 비롯한 독서활동으로 융복합 기술교육의 새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우영 이사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학석사,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9월에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임용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지역혁신체계추진단장, 산학협력단 단장, 첨단기술교육센터 센터장, 창업보육센터 센터장, 능력개발교육원 원장 등 산학협력분야 주요보직을 맡았다.

한국실천공학교육학회 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통해 국가인적자원개발 및 평생직업능력개발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2014년 10월 28일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으로 취임해 전국 34개 캠퍼스와 3개 부속기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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