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저비용항공]①폭발성장 11년.. 안전·시스템 미비 '성장통'

  • 등록 2016-02-03 오전 7:42:28

    수정 2016-02-03 오전 7:42:28

[이데일리 김보경 김형욱 기자] 사흘째 폭설로 발이 묶인 지난달 25일 제주공항. 이날 오후부터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지만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고객의 불만은 쏟아졌다. 결항 때도 이렇다 할 안내없이 전화가 불통이더니 운항이 재개되자 현장에서 번호표를 나눠주며 항공권을 발급하면서 또 다시 공항에서 노숙하며 순번을 기다려야 했다. LCC에는 대규모 결항 사태를 대비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몇만원 더 싸서 LCC를 이용했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는 고객의 원성이 이어졌다.

지난 2005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의 취항과 함께 국내 LCC 시대가 막을 연 지 11년이 됐다. 제주항공(089590)·진에어(대한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에어인천 등 6개 LCC가 하늘을 날며 최근 국내선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국제노선도 100개를 돌파했으며 항공기수도 82대로 늘었다. 1년전에 비해 국제노선은 58%, 항공기는 20대나 증가하는 등 급격히 성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제2 LCC 에어서울도 연내 취항을 준비 중이다.

규모가 늘어난 만큼 문제점도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근 잇따른 각종 안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2일 진에어는 필리핀 세부에서 출입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이륙했다가 20여분만에 회항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23일 기내여압조절장치 이상으로 1만피트(약 3000m)를 급강하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국내 항공사의 정비불량·기체결함에 따른 운항지연·결항은 917건(기상악화 제외)이었고 이중 절반이 넘는 543건이 LCC의 몫이었다.

각사는 저마다 안전 관련 투자비용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28일 LCC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항공기 1대당 기장·부기장 12명과 정비사 12명이라는 인적 기준과 예비 엔진·부품 추가 확보, 대체기 확보 등 물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전사고가 빈발하면 노선을 줄이거나 일정 기간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운항증명(AOC) 취소라는 강력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업계는 LCC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항공서비스의 대중화라는 취지에 부합해 이미 국내에서도 빠르게 대중화했고, LCC 성장은 유럽과 미국, 중국, 동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항공운송 성장률이 2014년부터 2033년까지 20년 동안 연평균 6.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업계는 최근 나타난 문제점들이 LCC의 빠른 양적 성장에 자연스레 뒤따른 ‘성장통’으로 보고 있다. 허희형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LCC에게는 새로운 10년의 라운드가 시작되는 시기”라며 “LCC사도 수익을 내기 시작한 만큼 최근 안전사고를 계기로 관리·보수 등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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