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틀을 깨는(thinking outside the box) 혁신을 시도하는 IT기업 특성상 이번 인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무려 8조원이 넘어 사실상 대기업인 다음카카오가 인생은 물론 사업에서 더 배워야 하는 30대 젊은 청년 투자가를 기업 수장으로 영입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오죽했으면 공자(孔子)가 논어(論語)에서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며 30대가 모든 기초를 세우는 나이라고 설파했을까. 사업상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임 대표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회사를 20여개 팀으로 나눠 팀별로 역할을 수행하는 수평적 기업조직을 갖춘 다음카카오 특성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세훈·이석우 대표도 다음 달 말에는 팀장으로 돌아가 각각 재무와 대외협력 부문을 맡는다. 대주주인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임 대표가 사내에서 정식 호칭이 아닌 ‘브라이언’(김의장), ‘지미’(임 대표)라고 자연스럽게 부르는 모습은 이른바 톱다운(top- down)이라는 수직적 상하 관계에 익숙한 국내 기업문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임에는 틀림없다.
김 의장의 ‘임대표 카드’는 이른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지식의 저주는 미국 스탠퍼드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칩 히스(Chip Heath)가 선보인 개념으로 ‘기존 시대 지식에 매몰돼 있으면 그 이상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DNA를 갖춰야 무한경쟁으로 점철되는 글로벌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비장함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다음카카오의 파격에 비하면 국내 재계 순위 5위로 골육상쟁의 막장 드라마를 연일 연출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빛바랜 사진이나 진배없다.
다음카카오가 21세기를 이끄는 창조혁신을 추구하며 질주하고 있을 때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은 대기업 스스로 시장과 소통하며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발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줬다.
<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