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칼럼] 지식의 저주와 '막장드라마'

  • 등록 2015-08-14 오전 3:02:02

    수정 2015-08-14 오전 3:02:02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참신하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국내의 대표적 정보기술(IT)업체 다음카카오가 올해 35세인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다음카카오 단독대표로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최근 단행했기 때문이다. 임지훈 대표가 다음카카오 합병법인 1년이 되는 다음 달 23일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차기 대표가 되면 그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난다.

기존의 틀을 깨는(thinking outside the box) 혁신을 시도하는 IT기업 특성상 이번 인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무려 8조원이 넘어 사실상 대기업인 다음카카오가 인생은 물론 사업에서 더 배워야 하는 30대 젊은 청년 투자가를 기업 수장으로 영입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오죽했으면 공자(孔子)가 논어(論語)에서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며 30대가 모든 기초를 세우는 나이라고 설파했을까. 사업상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임 대표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회사를 20여개 팀으로 나눠 팀별로 역할을 수행하는 수평적 기업조직을 갖춘 다음카카오 특성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세훈·이석우 대표도 다음 달 말에는 팀장으로 돌아가 각각 재무와 대외협력 부문을 맡는다. 대주주인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임 대표가 사내에서 정식 호칭이 아닌 ‘브라이언’(김의장), ‘지미’(임 대표)라고 자연스럽게 부르는 모습은 이른바 톱다운(top- down)이라는 수직적 상하 관계에 익숙한 국내 기업문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임에는 틀림없다.

김 의장의 ‘임대표 카드’는 이른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지식의 저주는 미국 스탠퍼드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칩 히스(Chip Heath)가 선보인 개념으로 ‘기존 시대 지식에 매몰돼 있으면 그 이상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DNA를 갖춰야 무한경쟁으로 점철되는 글로벌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비장함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다음카카오는 혁신을 토대로 젊은 조직과 젊은 피로 무장해 기업을 일궈낸 대표적인 예다. IT기업 속성상 회사의 최대 적은 관료화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생기는 관료화는 이 기업의 생명줄인 혁신성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다음카카오는 ‘조직 흔들기’를 통해 사업 초기의 벤처 열정과 창조적 혁신으로 제2의 도약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다음카카오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정신과 수평적 기업문화, 자유로운 의사소통 등을 통한 사내 조직 혁신이 IT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을 일깨운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카카오의 파격에 비하면 국내 재계 순위 5위로 골육상쟁의 막장 드라마를 연일 연출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빛바랜 사진이나 진배없다.

아버지를 내치고 두 형제가 벌이는 권력싸움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가족해체로 매듭 지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글로벌 경쟁시대에 촌음을 다퉈 기술·경영혁신에 앞장서야 할 국내 대표기업이 볼썽사나운 가족불화로 기업 이미지 실추와 경영위기라는 촌극을 빚어내는 형국이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다음카카오가 21세기를 이끄는 창조혁신을 추구하며 질주하고 있을 때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은 대기업 스스로 시장과 소통하며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발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줬다.

<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강력한 한 방!!!
  • 뉴진스 수상소감 중 '울먹'
  • 이영애, 남편과...
  • 김희애 각선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