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킬까 화장실도 못가” 신고도 했는데…부산 ‘교제 살인 사건’ 전말

지난달 3일 부산 오피스텔서 전 여친 살해
살해 전 경찰에 3차례 신고한 여성
불구속 상태로 조사받던 남성, 흉기로 살해
  • 등록 2024-10-15 오전 7:29:40

    수정 2024-10-15 오전 7:37:04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지난달 3일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30대 남성 A씨가 붙잡힌 가운데 그는 수개월 동안 스토킹으로 인한 조사를 받던 중 불구속 상태에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일 부산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모습. (사진=MBC 캡처)
14일 MBC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3일 일어났다. 이날 7시 36분쯤 A씨는 “여자친구를 죽였다”며 경찰에 스스로 신고했다.

A씨의 신고로 경찰이 해당 오피스텔을 찾았을 당시 피해자 B씨는 흉기에 찔려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당시 A씨는 해당 건물 옥상 난간에서 투신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붙잡혔다.

유족은 A씨가 어떻게 B씨의 집 안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A씨는 B씨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B씨의 결제 방식을 카드에서 현금 결제로 바꿨다.

배달 업체 측은 “(A씨가)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B씨를 위해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한다’며 현금 결제로 바꿨다”고 밝혔다.

유족은 끈질기게 B씨를 괴롭혔던 A씨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새벽에도 찾아와 B씨 집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집 초인종을 끈질기게 누르거나 비밀번호를 누르는 등 B씨를 공포에 떨게 했다.

B씨는 지난 3월 22일 모친에 연락해 “엄마 나 화장실도 못 갔다”며 “화장실 가면 물 내리는 소리 나서 안에 있다는 게 발각될까 봐. 죽는 줄 알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후에도 6개월 동안 스토킹의 강도는 갈수록 심해졌고, 욕설과 협박은 물론 무차별적인 폭행도 있었다.

B씨 동생은 MBC에 “A씨가 ‘아. 나 오늘 약 안 먹었는데’ 한마디 하더니, 자기 차 블랙박스를 딱 끄고 언니를 이제 멱살 잡고 끌고 내려서 CCTV 없는 곳으로 갔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날 B씨는 112에 처음 신고를 했고 2번 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A씨는 끈질긴 스토킹 끝에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약 때문에 (범행 당시) 기억이 흐릿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가 심신 미약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정신과 전문의는 SBS ‘궁금한 이야기Y’를 통해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많은 양 한꺼번에 먹게 되고 잠을 자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면 전향적 기억상실이라고 해서 약을 먹고 난 이후의 기억을 잃게 된다”며 “하지만 판단력이 와해한다거나 현실 검증력이 떨어진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도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감면하려는 그런 시도에서 나온 이야기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A씨는 현재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돼 이달 말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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