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국인 통근인구 정주화·관광 확대로 생활인구 확대”

■지방소멸 극복, 지자체가 미래다 ②전남 영암군
정주인구 5만2000명 남짓…체류인구 2.6배 많아
정주여건 개선차 기숙사 제공…LH와 ‘공공주택’ 추진
지역축제 ‘영암왕인문화축제’ 덕분에 생활인구 확대
  • 등록 2024-09-12 오전 5:30:00

    수정 2024-09-12 오전 5:30:00

저출생·고령화로 대한민국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행정안전부가 생활인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전국 주요 시·군을 찾아 해당 지자체가 어떤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지 점검해봤습니다. 소멸 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영암(전남)=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지난 9일 오후 5시 30분. 전라남도 영암군 소재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는 퇴근을 서두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둘씩 대로변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조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일과를 마치고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숙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전남 영암군 소재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11일 오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영암군)
도로망 갖추자 ‘집토끼 유출 딜레마’

영암군은 행정안전부가 올해 89개 시·군을 인구감소(소멸)지구로 선정하기 전인 작년 8월 생활인구(정주인구와 해당 지역에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인구) 시범산정 대상지역 중 ‘통근 유형’으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다. 영암군 삼호읍에 대불국가산단이 있어서 가까운 시·군에서 살며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이로 인해 통상 등록인구에 비해 체류인구가 2.6배 정도 많고, 전남 타 시·군에서 방문하는 비중이 44.9%나 된다. 인근 목포시나 전남도청 소재지 무안군, 나주혁신도시 등에서 출퇴근하는 내국인이 주를 이룬다.

영암군 인구(정주인구)는 올해 3월 기준 5만1798명으로 전년동기(5만2493명)대비 1.3% 감소하며 5만2000명선이 붕괴됐다. 반면 체류인구는 16만명에 육박하고 등록외국인수는 8000명이 넘는다. 특히 외국인수는 2021년 4119명에서 작년에 2배인 8221명으로 급증했다. 굴지의 조선업체 HD현대삼호가 대불산단에 들어서면서 조선업 관련 협력업체가 즐비하고 외국인 노동력이 필요한 산단 내 업종 특성 때문이다. 베트남, 네팔,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필리핀 등 국적도 다양하다.

박영하 영암군청 인구청년정책과장은 “등록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체류인구는 꾸준히 늘어나는 새로운 인구구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영암군 근로자들 중 타 시·군에서 출퇴근하는 인구를 등록인구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영암군은 대불산단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대불산단 복합문화센터를 개관해 산단 근로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를 운영 중이다. 산단 내 근로자는 조선업 종사자가 태반이라 작업복에 금속 물질이 많이 묻어 가정용 세탁기로 빨래하면 세탁기가 고장 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건강증진, 한국어 어학 학습, 문화예술 향유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근로 여건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영암군은 외국인 인구 전남 1위, 외국인 비율 전국 2위의 도시이다. 아울러 외국인주민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영암군은 외국인주민을 위해 삼호읍에 이주민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비자·체류자격과 같은 법률 상담부터, 한국어 교육, 한국 문화체험, 자녀 돌봄 지원까지 아우르는 종합서비스를 실시해서 외국인주민이 안정된 한국 생활을 하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 쪽에 각국 식육점, 할랄식품(이슬람권에서 허용한 식품)점 등 문화의 거리처럼 외국인 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영암군은 대불산단 근로자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휴스테이’로 불리는 근로자 복지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선주민(원주민), 이주민 근로자 모두 입주할 수 있는 기숙사다. 외국인 근로자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공실 없이 138실 모두 차 있고 매년 100여명의 신규 입주 수요가 있다.

올해부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전남지부와 협약을 체결해 신규 사업 ‘영암형 공공주택’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청년과 신혼부부 세대를 중심으로 30호의 입주자들을 선정했고, 영암군이 이들에게 입주보증금을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타지역 인구유출 방지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암군은 이같은 노력에도 고민은 있다. 청년층 중심 정주인구의 유출이다. 이른바 산토끼(체류인구)를 잡는 노력은 많은데, 정작 집토끼(정주인구)를 붙잡을 전략이 부족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암은 인근 목포시를 비롯해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무안군, 남해안고속도로로 이동이 편리한 강진군, 장흥군 등, 국도로 이동이 편리한 나주혁신도시와 맞닿아있어 편리한 도로망을 갖췄으나 주민들은 광역교통망(KTX 노선 등)이 있는 주변으로 나가고 싶어해서다. 아이들 키우고 좋은 교육, 생활하기 편리한 각종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안군청 관계자는 “주변 교통망이 편리해지면 인구 유입이 더 많을 줄 알았지만 자꾸 유출이 심해져 교통 인프라로 확충에 대한 딜레마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광역교통망이 없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접근성도 떨어진다.

지난 3월 열린 ‘영암왕인문화축제’에서 방문객들이 ‘삼호 강강술래’ 공연에 직접 참여해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영암군)
◇ 달빛축제·무화과축제 등 주기적 행사 개최


영암군은 지역축제를 통한 생활인구 유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행안부의 ‘2024년도 1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에 따르면, 영암군의 생활인구는 1분기 중 3월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했던 ‘영암왕인문화축제’ 때문으로 보인다.

영암왕인문화축제는 백제 학자인 왕인박사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축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2025년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됐다. 올해는 ‘시공초월, 왕인의 문화, 빛이 되다!’를 주제로 군서면 왕인박사유적지, 구림마을 등에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생활인구에게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총 4일간 6개 부문, 49종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총 16만3706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이중 영암군민들은 3만122명이었으며, 나머지 13만3584명은 외지인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달빛축제, 무화과축제 등 다양한 축제를 매달 주기적으로 개최해 관광객과 방문객 같은 생활인구 증가를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영암군은 정주여건 개선과 생활인구 유입을 위해 다양한 시책도 추진 중이다. 특히 청년들을 위한 문화·복지 인프라 확충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 시책으로 청년 소통공간인 ‘달빛청춘마루’가 올해 영암읍에 문을 열었다. 또 행안부 주관 ‘두 지역 살아보기’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앞으로 프로그램 운영 시설을 조성해 방문객들이 영암군에 머무르며 지역의 관광 자원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입유공장려금, 이사비용 및 중개수수료 지원, 청년문화수당 지원 등 관련 신규 시책도 꾸준히 발굴·시행하고 있다.

영암군은 이를 통해 ‘생활인구 종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박 과장은 “앞서 밝혔던 생활인구 관련 정책들을 신설·변경하면서 생활인구 전략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중·장기적 생활인구 유입·정착의 포괄적 전략인 종합계획에는 주거, 일자리, 문화·관광, 복지, 교통 등 다양한 분야별 사업의 추진계획, 효과성, 성과 분석의 내용을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영암군 관계자는 “통근 근로자들이 영암에 정주하고, 생활인구 확대 유형이 ‘관광’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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