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봉한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에게 한 유명 대사다. 이제는 데이트를 은유적으로 제안하는 하나의 문화적 표현이 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 대사와 흡사한 “나랑 넷플릭스 보며 놀래(Netflix and chill)?”라는 표현이 유행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모임이나 직장에서 심심찮게 ‘넷플릭스’를 주제로 한 대화가 오간다. 넷플릭스는 이제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한 시대를 풍미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1998년 넷플릭스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DVD대여 사업으로 문을 열 당시만 해도 ‘블록버스터’등 대형 오프라인 영화·게임 대여 체인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한참 앞서 있던 블록버스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0년 이후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숱한 회사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다 사라졌지만, 넷플릭스만은 생존에 성공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에 휩싸인 2020년, 넷플릭스는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며 미디어업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
직원 7명의 DVD 대여 업체는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거인으로 성장했을까. 국내 1세대 AI(인공지능) 전문가인 저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넷플릭스의 성공 비밀을 파헤쳤다. 저자는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로 ‘사용자 중심’ 가치를 꼽았다. 모든 기업이 사용자를 중심에 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넷플릭스처럼 실행에 옮기는 기업은 흔치 않다. 사라진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스트리밍 서비스는 콘텐츠의 소비 방법을 바꿔놓은 파격적 혁신의 계기가 됐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어떤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의 핵심 경쟁력인 영화 추천 시스템이 탄생했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이 결합한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디지털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대표적 디지털 기업으로 여겨지는 아마존·구글보다 모범적으로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는 지금도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로 소비자가 콘텐츠를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 넷플릭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넷플릭스의 혁신과 성장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기업의 리더십이나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람들이 새로운 통찰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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