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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체불가’란 말이 떠올랐다. 휠체어를 탄 환갑의 여배우가 무대 중앙으로 나서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린 연극인생 40년 ‘마스터 클래스’ 앙코르공연 현장. 배우 윤석화(60)는 휠체어에 앉은 채 연기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해보는 것으로는 안 돼. 해내야 하는 거야” “모든 것을 바쳐야 그제야 예술로 존재하지” “오 다토 토토 아테”(Ho dato tutto a te·나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쳤어요). 격한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연신 오른쪽 옆구리에 손을 댔지만 당당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여전했다.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불타는 예술혼과 맞물리며 두 시간을 꽉 채웠다.
윤석화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몸이 아파도 여기서 포기하면 영영 무대에 서지 못할 것 같았다. 아플 때마다 스스로 다짐했다. 관객 사랑 속에서 40년을 한결같이 연극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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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휴식 때는 너무나 아파 쓰러질 것 같다면서도 커튼콜에서 윤석화는 “이제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이날 연극을 보러온 한 관객은 “윤석화 씨의 오랜 팬”이라며 “정신력으로 이겨낸 연기투혼과 맹렬한 열정이 빛났다. 마리아 칼라스가 윤석화인지 윤석화가 마리아 칼라스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 윤석화가 아니면 안 된다. 그녀의 인생작이 됐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