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윤석화…무대 위 휠체어 투혼

연극인생 40주년 기념공연
연극 '마스터 클래스'서 열연
교통사고로 갈비뼈 골절에도
대사 잊을까 진통제도 안맞아
"관객과의 약속 지키고 싶었다"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등록 2016-10-13 오전 6:06:00

    수정 2016-10-13 오전 6:06:00

배우 윤석화가 연극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올린 연극 ‘마스터 클래스’에서 ‘휠체어 투혼’을 펼치고 있다(사진=돌꽃컴퍼니).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체불가’란 말이 떠올랐다. 휠체어를 탄 환갑의 여배우가 무대 중앙으로 나서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린 연극인생 40년 ‘마스터 클래스’ 앙코르공연 현장. 배우 윤석화(60)는 휠체어에 앉은 채 연기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해보는 것으로는 안 돼. 해내야 하는 거야” “모든 것을 바쳐야 그제야 예술로 존재하지” “오 다토 토토 아테”(Ho dato tutto a te·나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쳤어요). 격한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연신 오른쪽 옆구리에 손을 댔지만 당당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여전했다.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불타는 예술혼과 맞물리며 두 시간을 꽉 채웠다.

윤석화는 연극 개막을 1주일여 앞둔 지난달 20일 늦은 밤 연극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갈비뼈 6대가 부러지고 등뼈에 금이 가는 등 부상이 심각했다.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만류했지만 고심 끝에 개막을 늦춰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열흘간 무대에 서기로 했다.

윤석화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몸이 아파도 여기서 포기하면 영영 무대에 서지 못할 것 같았다. 아플 때마다 스스로 다짐했다. 관객 사랑 속에서 40년을 한결같이 연극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고.”

1999년 연극 ‘마스터 클래스’를 공연하던 당시의 윤석화(사진=돌꽃컴퍼니).
대사를 잊어버릴까봐 공연 사흘 전부턴 진통제도 끊었다고 했다. 뾰족한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은 채 무대에 나와 마리아 칼라스에 마치 빙의가 된 듯 객석을 압도했다. 1막 막바지에 이르자 대사에선 고통이 묻어났지만 온몸을 바친 투혼에 일부 관객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리아 칼라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그린 ‘마스터 클래스’는 윤석화와 인연이 깊은 작품이다.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미국 공연에서 제외된 데 이어 연극 ‘리어왕’에서 자진 하차하자 공연계에선 은퇴설이 돌았지만 이듬해 윤석화는 이 작품으로 무대에 서 최연소 이해랑연극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연기인생 40년을 기념해 지난 3월에 18년 만에 같은 작품을 선보였으며 이번이 마지막 앙코르무대였던 것.

공연 중간휴식 때는 너무나 아파 쓰러질 것 같다면서도 커튼콜에서 윤석화는 “이제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이날 연극을 보러온 한 관객은 “윤석화 씨의 오랜 팬”이라며 “정신력으로 이겨낸 연기투혼과 맹렬한 열정이 빛났다. 마리아 칼라스가 윤석화인지 윤석화가 마리아 칼라스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 윤석화가 아니면 안 된다. 그녀의 인생작이 됐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