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 대해부④]“승진해 부럽다고?…별 달아도 더 고달프다”

A은행 부행장의 하소연
  • 등록 2015-06-19 오전 6:00:40

    수정 2015-06-19 오전 7:47:39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본부장 시절까지야 목표 실적을 달성하면 됐지만, 지금은 은행 전반의 상황을 파악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도 고민해야 하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죠.”

지난해 하반기 임원으로 승진한 시중은행 A 부행장은 “전체 그림을 봐야하니 이전과는 시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은행권의 ‘별 중의 별’로 불리는 부행장급 임원은 되기도 힘들지만 ‘별’을 달고 나서도 녹록지 않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A 부행장은 “예전에는 한 달에 책 서너 권은 읽었는데 요즘은 한 권조차 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우선 임원 자리 자체가 적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전체 임직원 1만4000여명(3월 말 기준) 가운데 부행장급 임원은 14명이다. 산술적으로 1000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수익성 악화로 점포가 줄어들면서 “지점장(부장급) 되기도 쉽지 않다”는 시대에 임원 자리에 오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기본 임기는 있지만 확실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임원(任員)’이 아니라 ‘임(臨)원’이란 말이 회자되는 이유이다. 임기 보장이 어렵기에 재임 기간 성과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탓에 ‘24시간이 부족하다’할 정도로 바쁜 일과의 연속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B 부행장은 “집에서 오전 6시30분에 나와 집무실에 도착하면 7시가 조금 넘는다. 이동할 때 스마트폰 등으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뉴스 체크를 해야 겨우 아침 임원 회의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중 두 차례 잡혀 있는 임원 회의뿐 아니라 각종 위원회 등 수시로 열리는 회의 참석도 필수다. 점심 식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 근처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오후에도 회의의 연속, 외부 약속 등으로 ‘저녁이 있는 삶’은 다른 세상 얘기다.

B 부행장은 “토요일 하루 아내와 함께 산책하는 게 유일하다시피 한 여가”라고 했다. C 부행장은 “업무의 연장선상인 주말 약속도 많은 편이라, 틈나는 대로 등산으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이라면 모두가 우러러보는 자리지만, 그만큼 팍팍한 삶이 ‘별’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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