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윤복의 '홍루대주'에 비쳐진 퇴직연금의 가치

  • 등록 2015-03-12 오전 6:00:00

    수정 2015-03-12 오전 6:00:00

△혜원 신윤복의 ‘홍루대주’, 간송미술관 소장
[김성일 KG제로인 연금연구소 소장] 간송미술관은 전형필선생의 위대한 애국심으로 이룬 빛나는 문화유산의 보고다. 작년부터 동대문디자인 플라자와 협력해 그 아름다운 유산들이 전시되는 것을 보면 “이제야”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2014년에 전시된 ‘혜원풍속화첩(혜원전신첩)’(18세기 말~19세기 초)에는 눈길을 끄는 그림이 하나 있다. 바로 ‘홍루대주(紅樓待酎)’라는 그림이다. 그림은 아주 무미건조하게 그려졌는데 홍루에는 기생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과 손님으로 보이는 남자 세 명이 등장한다. 남자 두 명은 담배를 피우고 있고 그 외는 어떤 의미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그림의 왼쪽을 보면 의미심장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자와 그녀의 아들쯤 돼 보이는 아이가 있는데 나이 든 여자의 손에는 주병이 들려 있고 아이는 천둥벌거숭이로 그려져 있다.

혜원 신윤복은 이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니 ‘노후 대비’라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이 그림은 나이 든 여자와 천둥벌거숭이 외에는 어떤 함의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즉 천둥벌거숭이의 엄마쯤 돼 보이는 주병을 든 여자도 기방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처럼 기생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월은 가고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나이 든 여자는 은퇴준비를 하지 못해 기방의 주변을 서성거리며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를 입히고 먹이는데도 힘이 드는 노후생활을 하는 것은 아닌 지라는 상념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노후준비를 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군대를 가고 취직재수를 하는 등의 이유로 30세 전후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50세 초반에 직장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라면 20년 정도 맞벌이로 직장생활을 해도 집장만, 자녀교육, 부모부양 등을 생각하면 노후준비는 버겁기만 하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면 이럴 때일수록 노후준비의 본질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바로 퇴직연금제를 제대로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퇴직연금제의 본질은 투자이다. 확정급여형은 기업이 책임지고 투자를 하는 것이고 확정기여형과 개인형퇴직연금제는 가입자가 책임을 지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에서 이런 투자의 개념은 거의 작동하고 있지 않다. 물론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과당경쟁으로 고금리의 원리금보장상품이 제공되는 ‘이상한’ 환경에서는 당연히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러나 퇴직연금사업자들도 이제는 고금리 원리금보장상품을 제공할 수 없는 저금리상황에 접어들었다. 향후에도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는 원리금보장상품에 자신의 적립금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노후준비를 위해 상당히 위험하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이 초기에는 높았지만 각국에 저금리상황에 빠져들면서 실적배당형상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물론 실적배당형상품의 경우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위험은 당연히 있다. 그러나 이를 피해 갈 방법도 또한 갖고 있다. 바로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다. 퇴직연금 투자가 바로 이 속성을 그대로 안고 있다. 퇴직연금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퇴직연금 실적배당형상품은 투자한도 제한과 펀드투자만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의 분산투자다. 그리고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이므로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향후에도 저금리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실적배당형상품으로 갈아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노후준비는 만만치 않지만 퇴직연금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홍루대주를 보면서 혜원이 활약하던 시대에도 노후준비는 중요했나 보다 생각하니 흥미롭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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