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쌍용건설, 누가 누구를 탓하랴

  • 등록 2013-03-06 오전 8:15:00

    수정 2013-03-06 오전 10:59:17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일까, 모자의 실루엣일까’

생각을 달리하면 같은 사물도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땐 자기 논리만 강변하기 쉽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개인의 경험과 처지에 비춰 대상을 인식하는 인간의 한계를 두고 ‘동굴의 우상’이라 불렀다.

쌍용건설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작업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다. 채권금융기관과 정부, 채무자 쌍용건설 등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을 놓고선 모두 자기 논리만을 내세운다.

채권단은 언제 파산할지 모르는 기업의 주식을 왜 우리가 나눠 가져야 하느냐고 불만이다. 쌍용건설은 수 차례 매각에 실패하면서 기금 청산일까지 주인을 찾아주지 못한 대주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무능을 탓한다.

캠코와 정부는 “우린 법대로 했고, 이젠 손을 털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은행 등 일부 채권단이 여전히 정부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잔여지분 반환 계획에 반대하고 있어 완전히 책임을 벗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금이 보유한 잔여지분을 채권단에 떠넘기는 방법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을까? 물론 고민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가령 이 지분을 페이퍼컴퍼니(SPC)에 넘겨 SPC의 지분을 정부 등 출연기관에 넘기는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앞으로 SPC 관리 비용으로 공적자금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벽에 부딪혔다.

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 특정 공공기관에 지분을 몰아주는 방식도 검토했지만, 지나치게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쌍용건설과 대우캐피탈 등에 들어가 있는 기금 지분까지 정부 등 출연기관이 나누게 되면 사상 초유의 국영 건설사 탄생은 물론 캐피탈사까지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데 역량에 의문이 생겼다.

이해관계가 대립할 땐, 서로 한 발짝 물러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심엔 국민의 편익이 있다. 서로가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자세보단 전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고민거리를 안겨준 부실 책임자는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물러나면 된다. 또 다른 코끼리(국민의 혈세)를 삼키는 보아뱀의 출연은 정부와 채권단, 건설사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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