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보통의 정통 SUV는 투박하고 딱딱한 느낌에 여성들을 더욱 망설이게 한다. 랜드로버의 `쿠페 SUV` 레인지로버 이보크라면 이런 여성들에게 `산뜻한 일탈`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지난 25일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레인지로버 이보크 시승행사가 열렸다. 이곳에서 본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SUV이지만 쿠페 디자인을 결합해 매끄러우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을 뽐냈다. ◇빅토리아 베컴 디자인 참여, 곳곳에 女 감성 묻어나 맨 처음 시승한 모델은 2.0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5인승의 2도어 쿠페 다이내믹.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와 솟아오르는 듯한 허리 라인으로 금방이라도 치고 나갈 듯한 인상을 풍긴다. 여기에 길게 찢어진 듯한 눈매를 연상시키는 헤드램프로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좌석에 앉으면 풀 사이즈 파노라마 선루프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선루프가 열리진 않지만 시원스레 뚫린 창으로 하늘을 보고 있자면 질주하고 싶은 기분이 절로 생길 정도.
제작 단계에서부터 영국의 유명 축구선수인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인 빅토리아 베컴이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여성의 감성과 세심함을 느끼게 된다.
◇온·오프로드 모두에서 발휘된 `화끈한 주행성능`
디자인은 합격점, 그렇다면 성능도 여성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기존 3.2리터 엔진에서 다운사이징 된 신형 2.0리터 엔진 덕분에 최대출력 240마력(@5500rpm), 최대출력 34.7kg·m의 성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7.6초 걸린다. 제원표 상으론 만족스럽다.
국도구간에서 거북이 주행하는 앞차가 답답해 추월을 시도해봤다. 거뜬하게 제쳤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몸이 뒤로 제쳐질 정도의 빠른 응답성이 실력을 발휘했다. 오르막길에서 치고 올라가는 힘도 부족함이 없었다.
울산방향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며 가속페달에 더욱 힘을 주자 시속 160km까지 쭉 뻗어 나갔다. 핸들링은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적당히 부드러웠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을 적용해 연료 효율성도 높였다. 연비는 10.3km/ℓ이다.
◇쿠페여서 좋지만, 쿠페여서 아쉬운 이보크의 4가지 라인업 가운데 쿠페모델은 전고가 일반 SUV보다 낮아 키가 큰 남성 운전자들에겐 다소 불편함을 준다. 루프라인이 뒤로 갈수록 더 낮아지는 구조여서 뒷좌석에 앉으면 이런 불편함은 더 커진다.
또 일반 SUV의 강점 중 하나가 차체가 높아 전 후방 시야 확보가 쉽다는 점이지만 쿠페 모델의 경우 특히 뒤쪽의 테일게이트가 작아 후방시야를 확보하는데 다소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2도어의 이같은 점들이 정 마음에 걸린다면 좀 더 정통 SUV에 가까운 5도어 모델을 선택하면 괜찮다. 루프라인의 각도 변경으로 전고를 30mm 높였고, 뒷좌석의 숄더룸도 50mm 늘려 실내공간이나 후방시야 확보 등의 어려움을 줄였다.
가격은 2.2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한 5도어 프레스티지와 다이내믹이 각각 7710만원과 8390만원이고, 2.0 터보 직분사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5도어 프레스티지와 쿠페 다이내믹이 각각 8210만원, 90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