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전일에 이은 글로벌 달러 강세를 쫓아 1190원대 상승을 재차 시도할 전망이다. 다만 연말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중공업 수주 물량의 여부에 따라 1180원대 후반~1190원대 초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경고음이 더 거세지고 있어 달러화를 밀어 올린 탓이다.
|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지명된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왼쪽)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의장에 지명된 라엘 브레이너드 현 연준 이사.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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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191.20원에 최종 호가됐다.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가 0.8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185.10원)보다 5.30원 가량 상승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1190원대로 오른다면 장중 기준으로는 전일에 이어 하루 만에 재차 상승한 것이고, 종가 기준으로 1190원대를 유지한다면 10월 13일(1193.80원) 이후 약 한 달여 만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의 인플레이션 경계 발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재신임 및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의 부의장 지명 등의 영향에 주목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2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5% 상승 마감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32% 가량 내렸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26%나 떨어졌다. ‘슈퍼 파월’이라고 불릴 만큼 코로나19 이후 비둘기적 행보를 보이던 파월 의장의 연임 소식에 뉴욕증시는 장초반 강세를 보였지만 곧 금융 규제론자인 브레이너드 이사가 부의장으로 지목된 점에 주목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연준 의장 출신인 옐런 장관의 인플레 발언 역시 미 국채 금리, 달러화를 밀어 올리는 원인이 됐다. 옐런 장관은 “파월 의장이 두번째 임기 동안 인플레이션이 고질병(endemic)이 되는 일을 막을 것”이라면서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두 가지 목표의 균형을 잘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국민들이 식료품 구매나 자동차 주유시 주머니 사정을 우려하고 있는 수준에 왔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런 영향에 미 국채 금리는 1.6%대로 뛰어 올랐고, 달러인덱스도 96선 중반을 웃돌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22일(현지시간) 오후 6시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뉴욕증시 마감 당시 보다 0.096%포인트 오른 1.632%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46포인트 오른 96.50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증시는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 위축 영향에 상승 흐름을 멈출지 아니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세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전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8000억원 가량 순매수 했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42% 가량 올랐다.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지수 상승 흐름을 이어간다면 수급 측면의 네고 등과 맞물려 환율 상단을 누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