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바야흐로 SUV 전성시대다. 과거 세단의 높은 인기에 치여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SUV가 세단 시장을 점점 잠식하고 있다. SUV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해진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디젤 일색이던 SUV가솔린, 하이브리드에 이어 LPG로 옷을 갈아 입고 있다. 대표 주인공은 르노삼성의 QM6 LPe다. 가솔린 SUV의 성공에 이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겠다는 르노삼성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거의 8개월 동안 임단협 파문을 겪고 노조와 협상 타결에 성공한 르노삼성이 17일 SUV QM6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3년 만에 내외관 소폭 변화를 준 QM6는 LPG 파워트레인을 추가한 것뿐 아니라 최상위 트림 프리미에르(가솔린 한정)도 새로 선보였다. 극적인 변화를 꾀하기 보다 인기를 끈 세련된 외관을 가다듬고 고객의 요구에 발맞춘 세세한 변화가 돋보인다.
이번 QM6 LPe의 등장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맞닿아 있다. 지난 3월 일반인도 LPG 신차를 구매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LPG 엔진은 디젤 대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다. 디젤 대신 LPG 판매량을 늘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그런 점에서 QM6 LPe는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유일한 LPG SUV다.
외모는 '업그레이드'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큰 변화를 찾기 어렵다. 이전 모델을 옆에 두고 숨바꼭질 하듯 샅샅이 살펴야 한다. 변함없는 외모는 기존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변화의 핵심은 그릴과 범퍼. ‘ㄷ’자 모양의 주간주행등 사이로 새로운 디자인의 그릴이 자리를 잡았다. 전면과 후면 범퍼 하단에 크롬바를 좌우로 길게 늘어뜨렸다. 차가 더욱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SUV답게 강인한 인상을 주는 스키드 플레이트도 덧댔다. 연비 향상을 위해 전고를 10mm 낮춘 점도 인상적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런 소소한 변화를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좋아지는 고급 와인”에 비유한다. 세월에 구애를 받지 않는 ‘타임리스 뷰티’다.
실내도 변화는 찾기 어렵다. 다만 기존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8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공조기 조작부가 고정돼 위치한다. 어떤 위젯을 사용하더라도 편리하게 공조기를 조작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존에 지원하던 애플 카플레이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더했다.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하면 8.7인치 화면 전체를 꽉 채운다. 기존에는 화면 위아래를 잘라내고 가운데만 작게 들어가 고객의 불만이 많았던 부분이다. 이 외에도 KT와 협업을 통해 AI 음성인식 비서 ‘기가지니’를 추가했다.
공간에 대한 배려도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2열 시트 등받이 조절이 가능해졌다. 25도에서 최대 32도까지 눕힐 수 있다. 또 LPe 모델은 2열 시트를 폴딩하면 풀플랫 공간이 완성된다. 기존 2열 시트보다 트렁크가 아래에 위치해 턱이 있었던 부분이 개선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트렁크 하단에 위치한 도넛 봄베의 역할이 크다. 황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모양새랄까. LPG 봄베를 위해 트렁크 공간을 양보하다 보니 생긴 이점(?)이다. 이젠 QM6에서도 ‘차박’이 가능하다.
시승 전 가장 큰 궁금증은 출력과 소음, 연비다. 더 뉴 QM6 LPe에는 SM6 LPe에서 선보인 2.0L LPG 액상분사 엔진과 자트코의 무단변속기(CVT)가 조화를 이룬다. 최고출력 140마력은 6000rpm에서 나온다. 최대토크 19.7kg.m는 3700rpm에서 꾸준하게 차를 밀고 나간다. QM6 2.0L 가솔린 모델(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 20.4kg.m)에 비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4마력과 0.7kg.m 부족하다. QM6 LPe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8.9km. 절대 높은 연비는 아니지만 휘발유 대비 절반 수준의 LPG 가격을 감안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경제성이다. 실제 주행에선 예상보다 좋은 리터당 8km 중반을 기록했다. 막히는 강남 시내를 주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연비다.
출력 걱정은 시승을 통해 말끔하게 해소됐다. 도심형 SUV답게 시내 구간에서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은 부족함이 없다. 시승 코스 중 하나였던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넘나들던 고속 주행도 합격점이다. 스포츠 주행을 즐긴다면 출력의 부족함이 느껴질 순 있지만 중고속 구간과 고속에서 재가속을 시도해도 꽤나 상쾌하다. LPG 봄베가 트렁크 하단에 위치한 만큼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고속 주행이나 코너링에서의 아쉬움도 크게 없다.
엔진 소음은 적은 편이지만 하부소음이나 풍절음의 실내 유입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엔진 소음이 상대적으로 적어 하부소음과 풍절음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QM6 LPe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2376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동일 사양의 가솔린 모델 대비 70만원 가량 저렴하다. 다만 가장 낮은 트림인 SE에선 별도로 선택 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조금 더 적극적인 옵션 구성을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옵션을 다 더한 QM6 LPe 모델의 가격은 3233만원. 국산 경쟁 중형 SUV 풀옵션 모델이 4천만원대 중반에 형성되는 것과 비교되는 저렴한 가격이다. “준중형 SUV 가격에 중형 SUV를 구매할 수 있다”고 르노삼성 관계자는 설명한다.
다만 경쟁 모델들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장치 등 최신 안전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과 달리 QM6에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추돌경보시스템, 차선이탈경보시스템, 오토매틱 하이빔 등 소극적 안전장비만 장착된다. 이마저도 RE트림 이상부터 8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살펴 본 QM6 LPe 모델은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찾아 볼 수 없었다. 연비 효율은 높지 않지만 저렴한 LPG 가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합리적 판단도 가능하다. 또 경쟁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은 구매를 자극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 소극적인 최신 안전장비 도입과 조금은 구식 느낌이 드는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해결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한 줄 평장점 : 저렴한 가격과 예상보다 잘 달리는 국내 유일의 LPG SUV
단점 : 옵션 구성을 조금 손 봤으면, 모니터 해상도 개선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