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h SRE]동부, 비금융 부문 위기에 흔들리다

[그룹 펀더멘털]'혹시 동부도..'라는 의문 커져
  • 등록 2013-11-13 오전 7:00:00

    수정 2013-11-13 오전 11:31:39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동부그룹은 18회 SRE에서 첫 선을 보인 그룹 펀더멘털 조사에서 111명의 응답자 중 68표(61%)를 받으며 최근 펀더멘털이 가장 악화된 기업으로 선정됐다. 동양그룹 사태 후 동부그룹에 쏠린 눈을 생각하면 동부그룹이 압도적인 표를 받은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다.

동부그룹은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에 대한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는 기업이다. 사업안정성과 수익성이 양호한 수준인 금융계열사와 달리 비금융계열사는 실적악화와 재무구조 약화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등 비금융부문의 주력 계열사들이 그룹의 ‘문제아’인 셈이다.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은 실적 저하에 따른 저조한 수익성,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 지속적인 투자 등으로 차입금이 증가하며 과중한 재무부담을 안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의 신용 위험이 여타 계열사로까지 옮겨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은 대표적인 업황 불황을 겪으며 인수합병(M&A),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재무부담 등 영업외적인 부분에서의 자금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업황 불황과 빡빡한 자금사정

동양그룹의 5개 계열사 법정관리 사태가 터진 후 동부그룹은 동양그룹과 자주 비교됐다. 비금융 계열사들이 업황 불황을 겪고 있고, 주로 회사채 시장을 통해 단기 위주의 자금을 조달해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부그룹 비금융부문의 매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철강업(49.1%)이다. 뒤를 이어 건설·엔지니어링, IT·전자, 운송·화물 등의 순이다. IT·전자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표적인 취약업종으로 오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금창출능력이 좋을 수가 없다.

실제로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등 동부그룹 비금융부문 주요 계열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은 5.9%, 5440억원 수준으로 연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융비용을 겨우 감당할 정도다. 이 상황에서 주요 계열사들의 차입금이 대부분 1~2년 단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이 문제다.

올 6월 기준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팜한농, 동부메탈, 동부하이텍, 동부씨엔아이 등 주력 6개사의 합산 차입금 규모는 5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비중은 56.1%로 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할 때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월까지는 회사채 차환이나 현금 상환, 정책금융의 회사채 인수 등을 통해 만기를 넘겼다. 그러나 동양 사태로 A급 기업도 외면받는 상황이 발생하며 대부분 신용등급이 BBB인 주력 계열사들의 회사채 차환이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동부제철만 해도 11~12월 18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고 동부건설은 570억원의 만기를 맞는다. 내년에는 동부제철 3600억원, 동부건설 2800억원, 동부씨엔아이 1700억원, 동부팜한농 1000억원, 동부메탈 600억원 등 6개 계열사 회사채 만기 총합만 9700억원에 이른다. 동부제철 1300억원, 동부건설 800억원 등 풋옵션을 통한 조기상환 등까지 고려하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추가로 재무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동부그룹은 KTB 프라이빗에쿼티(PE) 등 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인수대금 2726억원 중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금 250억원과 FI 출자금 1346억원을 뺀 나머지 1130억원은 동부씨엔아이와 동부하이텍 등 전자부문 계열사가 분담했다. 이 때문에 관련 계열사들의 현금성자산의 소진이 컸다. 게다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려있다.

자산매각과 업황회복 ‘열쇠’

이 때문에 동부그룹 비금융부문 개별 회사의 재무융통여력은 낮은 수준이다. 계열사 간 지원여력도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개별 업체의 실적 저하나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나면 그룹의 전반적인 유동성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동부그룹이 자산매각 속도를 높여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에서는 과감한 계열사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황 회복을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위험을 그룹 전반에 전이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의 인식을 고려한 동부그룹도 최근 움직임이 달라졌다. 회사채 시장마저 얼어붙자 적극적인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이다.

최근 동부건설이 동자동 오피스를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동부그룹은 약 2900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올해 회사채 만기, 내년 만기까지는 상환할 수준의 규모로 한숨은 돌렸다.

동부제철은 당진항만부두 지분을 매각하면 3000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해 보유현금 1200억원 등과 합쳐 큰 무리 없이 회사채 만기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크레디트 업계는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한 SRE 자문위원은 “동부그룹이 자산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펼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그러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면 부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8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8th SRE는 2013년 11월13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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