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사업을 놓고 업계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와 경쟁에서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와중에 삼성전자의 의미 있는 수주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가 대형 고객사 확보를 통해 신뢰도를 쌓으면서 수주를 늘려야 하는데, 더 공고해지는 TSMC 독주 체제 앞에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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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삼성 파운드리사업이 연간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합쳐 올해 3분기와 4분기 역시 각각 5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메모리사업부가 언제까지 적자를 메워줄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2017년 사업을 시작한 파운드리가 장기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려면, 자체 경쟁력 측면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규복 부원장은 “현재 삼성은 고객사와 제품별 사업부를 매칭시켜 전문 분야에 맞도록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도록 하는 것으로 안다. 파운드리 분사보다 이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는 설계에 대한 노하우가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준비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10억분의 1m) 2세대 공정에서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으니, 이를 빨리 정상화하는 작업이 최우선”이라며 “결국 기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율을 확보하고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외부 고객사를 잡아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수의 빅테크 같은) 큰 고객사를 잡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작은 고객사들로부터 많이 수주해 레퍼런스를 쌓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율 개선과 고객 수주 등의 선순환 구조를 어떤 식으로든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아울러 파운드리 사업은 일종의 서비스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파운드리는 꼭 공정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기술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라이브러리, IT, 디자인 등 고객사에 밀착해 지원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는 칩을 양산하기 전 특정 파운드리와 계약을 맺고 파운드리의 설계자산(IP)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칩을 설계한다. 삼성전자 내 주류인 메모리 사업의 조직문화를 파운드리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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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칩을 직접 만들려고 하는 구글, 오픈AI 등 기업들이 있다”며 “이들이 TSMC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게 지금 삼성전자가 해야 하는 목표와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고객사 외에 신규 고객사마저 TSMC에 빼앗길 경우 삼성전자 TSMC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초과 물량을 받아서 사업을 하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는 어떻게든 최선단 영역에서 기술 우위를 선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AI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학습하는 구조여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경계가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AI 응용 제품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한 번에 다 할 수 있는 삼성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 턴키 전략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어떻게 갖고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24일 일본, 중국,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에서 각각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파운드리포럼 2024’에 이목이 쏠려 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구자흠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장, 정상섭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등이 대거 발표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