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구성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며 의원 특권 손질에 나섰지만 불체포 특권 완화 등 일부 개혁에 그쳤다. 개헌을 위해 대통령에 대해서는 임기 단축까지 나오는 마당에 국회의원의 선수 제한을 하자는 목소리는 들리지조차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못박고 재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지방자치법 87조 역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를 4년, 연임을 3회로 제한하고 있다. 연달아 3선에 성공해 12년이 지나면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한다. 그러나 유독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만은 이 같은 규정이 전무하다. 20대 국회만 하더라도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8선으로 30여년간 국회의원을 업으로 삼았다. 4선 이상 의원은 모두 51명이다. 역대로 보면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 9선을 지내면서 우리 정치 역사상 최다선 의원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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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 신인들이 기성 정치인을 향해 정치 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20대 국회 3선 이상 도전자 66명 중 51명이 연임에 성공했다. 당선률이 77%에 이른다. 비례대표 순번을 높이기 위해, 또 지역구 공천을 따내기 위해 계파 문제가 선거철마다 뒤따르는 것은 다반사다. 차기 공천을 위해 소신을 발휘하기보다는 계파에 줄 서는 광경이 연출된다. 선수가 곧 권력화되는 국회 내 위계질서도 문제다. 각 상임위원장은 3선 이상 의원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선출의 형식을 빌어 맡는다. 초재선 의원이라고 해서 회의를 이끌 능력이 없지 않다. 국회의장 후보도 5선 이상의 최다선 의원들 사이에서만 하마평이 나온다.
차기 선거를 노리기 때문에 지역구에 선심성 정책을 펴는 것 역시 국가적 낭비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지만 정작 지자체장이 힘을 기울여야 할 지역 현안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예결특위 때마다 문제가 불거지는 지역구 관련 예산, 이른바 쪽지 예산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개헌특위는 비대해진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서 당장 논의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국회의원 다선 문제로 생기는 폐해들도 지적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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