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금호타이어(073240)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제시한 가격이 당초 예상했던 1조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견제로 인해 인수 후보들 간의 과열 경쟁으로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도 낮다. 이같은 상황들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이용해 회사를 되찾으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1조원 안팎서 몸값 결정될 듯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실시한 예비입찰을 통해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5개 업체가 이날부터 현장실사를 시작했다. 이달 말까지 광주·곡성·평택 등 국내 공장 3곳과 중국, 미국 등 해외 공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뒤 내년 1월 중으로 예정된 본입찰 참여 여부와 최종 인수가격을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최고가를 제시한 업체는 중국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얼(SAI)로 예비입찰 과정에서 58억8000만위안(9900억원)을 써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매각 지분은 42.01%(6636만8444주)로 시가는 6000억~70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조원 안팎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업체들의 인수 희망가가 시장 예상가와 엇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와 노사 갈등 등이 가격 산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호타이어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9% 감소했다.
다만 다수의 업체들이 여전히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가격이 조금 더 오를 수는 있다.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최대 1조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조성에 나섰다. 중국 링롱타이어 모회사인 링롱그룹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밖에 중국 화학기업인 지프로(GPRO)와 인도 아폴로타이어가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금호타이어의 글로벌 타이어시장 점유율은 14위권으로 기존 타이어 업체가 인수할 경우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얼과 지프로 등도 사업영역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인수 열기 ‘미지근’…박삼구 회장에 호재?
일각에서는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켐차이나와 공동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숏리스트 선정이 유력했던 켐차이나가 발을 뺀 것도 박 회장과 손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설 공산이 크다. 켐차이나가 SPC에 출자를 하고 일정 비율의 지분을 갖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물론 켐차이나 외에도 추가적인 재무적투자자(FI) 유치가 필요하다.
박 회장은 국내 재계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중국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한중우호협회장을 10년 이상 역임하며 중국 정·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 왔다. 대형 국유기업인 켐차이나와 사전 교감을 나눴을 수 있다는 얘기다. 켐차이나는 지난해 세계 5위권의 이탈리아 피렐리를 인수하면서 타이어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박 회장과 공동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중국와 아시아 지역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