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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민정 기자] “어디서 온 거예요? 이쪽으로 주세요.”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스퀘어의 300평이 넘는 홀은 사람들로 꽉 찼다. 입구로 들어서는 약 10m의 복도에는 쌀 화환이 들어섰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KBS2 수목 미니시리즈 ‘조선총잡이’ 제작발표회 때문이었다. 주연배우 이준기를 응원하기 위한 팬들의 마음 씀씀이는 특별했다. 쌀뿐만 아니라 라면, 생수, 연탄 등 다양한 물품으로 구성된 화환도 눈에 띄었다. 한 번에 2톤 넘는 쌀화환으로 ‘통큰 기부’에 나선 팬들도 있었다.
한 팬클럽 회원은 “일반적인 화환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화환은 개당 10만원인데 그 가치는 그 순간으로 끝나지 않나. 하지만 같은 금액으로 쌀 40㎏ 정도를 살 수 있고 기부를 통해 돈 이상의 가치로 환산된다. 요즘은 쌀 화환업체도 늘어나 드리미, 스타미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사료나 생필품까지 아이디어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좋은 취지를 안고 출발한 팬들의 ‘조공문화’ 덕에 현장은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 차 보였다. “‘우리 스타가 이만큼 인기가 있다’는 과시용이 아니라 스타와 팬 모두를 위한 현실적인 정답을 찾자는 고민을 한다”는 팬클럽 회원들의 말이 실감났다. 팬들의 이름은 쌀화환 옆 패널 위에 ‘OOO 1kg’ ‘OOO 3.5kg’ 등의 표기로 빼곡히 적혀 있다. 제작발표회 일정에 맞춰 한국행 비행기티켓을 끊은 일본 팬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느라 바빴다. 자신들이 보낸 쌀 화환 앞에서 ‘인증샷’까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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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이준기의 소속사인 나무엑터스의 김문선 팀장은 “제작발표회는 배우가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중요한 자리라 팬들이 배우에게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한다”며 “일정이 공지되면 길게는 한 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는데, 배우와 팬 모두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선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들 모여봐요. 각자 입구, 문앞, 통로, 구역을 나눠서 확인하자고요.” 가장 중요한 마무리 작업이 남았다. 팬클럽 고위 임원 중 한 명은 “무언가를 사서 주는 게 조공의 전부가 아니다. 이것이 제대로 배송되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조공이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제작발표회 현장에 모든 현물이 직접 배달됐고 그곳에서 기부처로 배송까지 이어져 확인작업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규모와 단위가 커지면서 포장지 혹은 1~5포대의 쌀만 전시되고 있다.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킨 팬클럽에선 제작발표회가 마무리된 후 업체에 연락해 기부처를 알려주고 배송결과까지 꼼꼼히 체크한다.
이날 현장에서 이준기 앞으로 배달된 쌀화환은 10톤에 달했다. 이 쌀은 이준기의 이름으로 결식아동을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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