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꼼수에 국내 제약사 "복제약 이름 못 바꾼다"

노바티스, '엑스포지' 복제약 업체들에 경고장 발송
오리지널 시장 방어 전략
  • 등록 2013-08-22 오전 8:39:08

    수정 2013-08-22 오전 8:39:08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다국적제약사가 발매를 앞둔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제품명을 문제 삼고 나섰다. 국내외 업체 간 집단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종근당(001630), 일동제약(000230), 대화제약(067080) 등 국내업체들에 제네릭 제품명을 바꾸라는 경고장을 발송했다. 국내업체들이 발매 예정인 제네릭 제품이 노바티스가 보유한 오리지널 제품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발매를 강행할 때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문제의 제품은 고혈압치료제인 ‘엑스포지’다. 지난 2007년 발매된 엑스포지는 두 가지 성분을 섞어 만든 복합제로 지난해 730억 원어치 팔린 대형 제품이다.

노바티스의 고혈압복합제 ‘엑스포지’
최근 국내업체 50여 개사가 오는 10월 발매를 목표로 제네릭을 허가받았는데 노바티스가 엑스포지와 이름이 유사한 일부 제품을 상대로 제동을 건 셈이다. 노바티스는 ‘포지’는 엑스포지 고유의 명칭이기 때문에 제네릭 제품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종근당(애니포지), 일동제약(바이포지), 대화제약(바로포지) 등 모두 제네릭 명칭에 ‘포지’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제네릭 업체들은 제품명을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제네릭 업체 관계자는 “통상 제네릭 제품은 처방하는 의사들이 어떤 제품인지 인지할 수 있도록 오리지널 제품과 유사한 이름을 많이 사용한다”면서 “정상적으로 상표 등록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제네릭 업체들의 이러한 입장으로 노바티스와의 상표권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 노바티스의 이러한 행동은 제네릭으로부터 오리지널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다. 제네릭의 발매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면서 엑스포지의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제네릭은 오는 10월께 발매가 예상된다.

노바티스가 제네릭 제품명을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노바티스는 신풍제약을 상대로 제네릭 상표권 취소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신풍제약은 노바티스의 고혈압약 ‘디오반’의 제네릭 상품명을 ‘디발탄’으로 결정하고 2008년 상표권을 등록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3년 동안 이 상표를 사용하지 못했다.

이에 노바티스는 “3년 연속 등록된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좋은 상표를 선점하고 사용의사를 가진 자들의 상표 선택권을 가로막는 것이다”며 특허심판원에 상표권 취소 심판 청구를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릭 제품이 오리지널과 유사하게 이름을 짓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면서 “제품 자체의 물질 특허가 아닌 제품명을 문제 삼는 것은 소모적인 시장 방어 전략이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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