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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 총장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순간이 있습니다. 질의 순서가 온 한 야당 의원은 언론 기사와 법무부 통계 자료를 인용해 최근 10년차 이하의 젊은 검사들이 사퇴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퇴직한 검사 수는 480명이고, 이 중 10년 차 이하 평검사 퇴직자는 122명으로 25.4%에 달했습니다. 2019년 평검사 퇴직자는 19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41명으로 2배가 뛰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은 “업무 내용 자체는 그다지 바뀐 게 없는데 젊은 검사들이 이탈하는 것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기 때문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달라”며 “집을 지키는 식구들이 떠나버리는데 검찰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이 총장과 동석한 간부 검사들을 호되게 질타했습니다.
이 총장은 12시간이 넘는 감사 동안 ‘의원님들 고견을 빠짐없이 적겠다’는 듯 항상 펜을 쥐고있었지만, 이번엔 무의식적으로 펜을 내려놓고 목소리도 한 칸 높여 다소 격양된 듯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젊은 검사들이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 운을 뗀 이 총장은 “검사는 시간 외 수당도 없고 야근 수당도 없고 휴일수당도 없다. 검찰 수사관은 시간외근무수당이 한 달에 57시간인 제한이 있다”며 “그렇지만 밤새 남아서 일하고 주말에도 남아서 일한다. 저도 검사 시절 6주 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검사들에게 ‘당신들 특활비 몇 푼 따로 쓴 거 아니냐’ 지적 하는데, 제가 검사 시절에 월급을 집에 제대로 갖다준 적이 없다, 수사비는 늘 부족하기 마련”이라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이 검찰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을 제기하자 이 총장은 일선 검찰청의 열악한 수사 환경을 설명한 뒤 “특활비는 정보·수사 활동에 준하는 업무수행에도 사용될 수 있음을 이해해달라”며 부하 직원들을 변호하기도 했습니다.
이 총장은 의원들을 돌아보면서 “검찰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질책하고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면서도 “그렇지만 지나치게 진영논리에 입각해 검찰이 하는 일이 자기 진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무조건 잘못됐다 하고, 하지도 않은 일을 억측 하면 검찰은 설 땅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정당을 위해서도, 정권을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팔, 다리, 눈, 귀”라며 “검찰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건 한 건 한 건에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왕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권도 검찰이 나라의 눈과 귀임을 생각해 주시어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답변을 끝맺었습니다.
마치 대본을 미리 외워 온 듯 한치 머뭇거림 없이 쏟아져 나온 원고지 4.3장 분량의 답변은 이 총장 또한 젊은 검사들의 사기 저하와 이탈 현상에 대해 오랫동안 고뇌해왔음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