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보다 의대 선호…K바이오·헬스 성장 잠재력 무궁무진"

[인터뷰①]장지상 산업연구원장
“中 회복세로 수출 3분의 1은 살아…제조업 중심 강점도”
“韓 바이오·헬스 전 세계 주목…디지털 서비스 개발해야”
“미중 갈등 심화할 것…리쇼어링·신남방 정책 강화해야”
  • 등록 2020-05-11 오전 6:00:00

    수정 2020-05-11 오전 8:06:50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이 지난 17일 세종시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형욱 기자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전세계가 한국의 바이오·헬스 역량에 주목하고 있다. 높아진 국가 위상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에선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지 연구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최근 세종시 산업연구원 집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방역에 성공한 덕에 상대적으로 우리는 나은 환경”이라며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 기업들이 신사업을 실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통상 새로운 전염병 백신 개발이 2년 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코로나19 여파가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장 원장의 판단이다. 장 원장은 “완전 종식을 선언하기 전까진 비상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온 세계가 달라붙어 문제 해결에 나서고는 있지만 생활 방역 수준으로 완화하려면 최소 내년 상반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강국으로서 필요한 기술력을 충분히 갖고 있고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바이오·헬스 분야의 실력도 입증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국 중심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라며 타개책으로 외국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리쇼어링(reshoring)과 동남아 등 시장을 위한 신남방 정책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대 수출국 中경제 회복세…제조기반 강해 충격 완화”

장지상 원장은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빠른 회복속도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우리의 비교우위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은 우리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데 중국 내 생산이 재개되고 소비도 회복하고 있다”며 “단순히 계산하면 최소한 우리 수출의 3분의 1은 살아 있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원장은 중국이 오는 21일 자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개최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호재라고 분석했다. 중국 양회 개최는 그만큼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고 그만큼 우리 주요 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계기가 되리란 것이다.

그는 우리가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 중심 국가라는 점도 코로나19 국면에선 상대적 장점으로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업 비중은 60.0%로 미국(77.4%), 일본(69.1%) 등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장 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감소 폭을 다른 나라보다 적게 잡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IMF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는데 G20 평균은 마이너스(-) 2.8%로 잡았으나 한국은 -1.2%로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1월 전망치 대비 하락 폭(-3.4%p)은 G20 중 가장 낮았다. 한국이 G20 중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적은 나라라는 것이다.

“韓 바이오·헬스 전 세계 주목…디지털 서비스 개발해야”

그는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산업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세계가 우리의 바이오·헬스 산업의 능력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높아진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공대보다 의대·약대 선호가 강한 문화여서 그만큼 바이오·헬스 분야에 우수 인재가 많아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바이오·헬스 산업을 시스템반도체, 미래차와 함께 3대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정했다. 또 이달 6일엔 K-방역, K-바이오 글로벌 상품화를 포함한 포스트 코로나 5대 변화와 8대 대응과제를 제시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이 지난 4월17일 세종시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형욱 기자
장 원장은 또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며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화상회의 같은 서비스 부문뿐 아니라 스마트 제조 같은 생산 부문의 비대면화, 디지털화도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했다. 장 원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도 더 많이 개발해야겠지만 이미 현재 필요한 기술 자체는 많이 개발돼 있다”며 “앞으론 이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지를 연구하는 디지털 서비스 연구개발(R&D)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처럼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곳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 원장은 “산업연구원도 최근 전 산업 분야에 걸친 혁신성장과 규제 관련 연구를 중점 기획과제로 정하고 추진 중”이라며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기업이 신사업을 실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심화할 것…리쇼어링·신남방 정책 강화해야”

장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주의가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내내 이어졌던 미·중 관세전쟁도 연초 양국 간 합의로 봉합한 모양새가 됐지만 코로나19로 다시 불붙을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어차피 아세안이나 인도 같은 중간지대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운명인데 코로나19로 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은 마스크 등 필수물자를 외국에 의존해온 데 대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자국 중심주의가 더 강해질 것”이라며 “미·중 무역갈등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우리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외국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리쇼어링(reshoring)과 동남아 등 시장을 위한 신남방 정책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간 기업의 복귀는 어렵더라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외국으로 나간 기업은 스마트 공장 지원 등을 통해 돌아오게 해 국제 가치사슬 붕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중간지대인 신남방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장 원장은 “우리 신남방 정책은 사람과 평화 공동번영이라는 가치를 내걸며 다양한 부작용이 뒤따르는 인프라 개발 중심의 중국 일대일로와 차별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올라간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잘 활용해 정책을 강화한다면 미·중 갈등 심화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코로나19가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이어져 온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 원장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허술한 코로나19 대응은 아시아가 갖고 있던 서구에 대한 오랜 열등의식을 상당 부분 없애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음악과 드라마, 영화 한류에 이어 이번 방역 능력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국가 브랜드 이미즈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프로필>

△1956년 경북 칠곡 출생, △대구 계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1986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사회과학단장(2006~2008년) △한국산업조직학회장(2007~2008년) △제15대 한국경제발전학회장(2009~2010년) △경북대 경영대학원장(2011년~) △제21대 산업연구원장(2018년~)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이 지난 4월17일 세종시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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