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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막 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을 참관한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모빌리티 시장의 지각 변동을 감지하고 글로벌 투자 변화가 거대한 태풍처럼 일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신저 이코노미는 이른바 자율주행이 완성된 후 운전자가 운전이 아닌 다른 소비·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투자회사는 물론 기업에 이르기까지 운전자가 운전하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 그 시간을 파고들 새로운 사업과 투자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치열하게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했다.
기존 모빌리티 기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의 기업도 잇따라 모빌리티 산업에 얼굴을 내비쳤다. 당연히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미래 모빌리티는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투자 패턴도 이러한 기술적·사회적·생태학적 변화에 발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대규모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 주도의 벤처캐피털(CVC)을 제한한다. AI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하는 전 세계 ‘톱25 벤처캐피털리스트’에 한국이 없는 이유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디지털 혁명에 과감히 국운을 걸어야 한다”며 “훨씬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강조하지만 CES 현장에서 느낀 기업과 자본시장의 위기감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금처럼 해서는 경기 회복은 물론 미래 대응도 어렵다고 한다. 더 많은 투자가 몰리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글로벌 스탠더드’로만 규제를 완화해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부족한 것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아니라 신산업의 사업화를 뒷받침해줄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다. 여당과 정치권도 말로만 ‘국운’을 논하지 말고 규제완화를 위한 법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