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리포트]④도전정신 없다?…스타트업·1인마켓 주도

`도전의식 없다, 노는 것만 좋아한다` 기성세대 비판
90년대생, 기술기반 창업부터 1인창업 등 주도해
20대 자영업자도 증가…푸드트럭도 적성 찾아 창업
"성공기준 달라졌을 뿐…익숙한 분야에 시도하는 중"
  • 등록 2019-08-02 오전 6:18:00

    수정 2019-08-02 오전 7:33:34

자료=NHN고도 제공(그래픽=강다은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전수연(27·여)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으로 1인 쇼핑몰을 한다고 하자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시달렸다. 제대로 된 직장은 알아보지 않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얘기였다. 전씨는 “부모님 세대와 현재 세대와는 도전하는 분야도,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며 “어렵게 창업한 뒤 얼마 전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부모님도 인정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성세대가 이제 취업과 창업 등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90년대생에게 “도전 정신이 없다”거나 “일하지 않고 노는 것만 좋아한다”는 비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자신들의 세대와는 다르게 취업이나 창업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90년대생이다.

90년생의 주로 창업을 도전하는 방식은 SNS나 앱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해서다. NHN의 커머스 자회사 NHN고도가 1인 마켓 쇼핑몰 솔루션인 `샵바이(shop by)`의 이용행태를 분석한 결과 기존 쇼핑몰 운영자는 30~40대가 절반을 차지했지만 샵바이의 경우 20~30대 운영자가 63%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샵바이의 20대 운영자 비율이 기존 쇼핑몰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1인 마켓에서 인스타그램 연동이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으면서 샵바이 상점 가운데 52%가 이 연동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SNS를 이용해 해외 물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한 강모(26)씨는 “대학교 때 유럽에 교환학생을 갔을 때 유럽에선 싸지만 국내에선 비싼 의류 등을 판매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수익이 꾸준히 나자 한국에 돌아와서도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문 대학을 나와 소위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반드시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기술 기반의 창업을 하는 경우도 이젠 흔하다. 모바일 기반의 창업 아이템으로 제 2의 청년 벤처붐이 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화물 운송서비스 업체인 로지스팟을 이끄는 박준규, 박재용 두 대표는 20대 청년이다. 이들은 영국 명문 런던정치경제대(LSE)를 졸업한 친구 사이로, 박준규 대표는 홍콩 헤지펀드에서 근무했고 박재용 대표는 영국 투자은행(IB)에 취업해 2년간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다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선 케이스다.

푸드트럭 등 외식사업에 뛰어든 90년생도 적지 않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고용원이 없는 20대 자영업자(1인 자영업)가 매달 전년동월대비 4~20%씩 증가하고 있다. 고용 한파의 영향도 무시할 순 없지만 자영업에 도전하는 90년생이 그 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영등포구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정모(28)씨는 “좋은 대학 등 스펙이 좋지 않으면 어차피 취업도 안 될 것 같아 아예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바쁠 때는 한 달 매출이 500만원 가까이 나와 생계도 문제 없는데다 적성에도 맞는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공적인 사회 생활의 정의가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과거처럼 한 직장을 꾸준히 오래다니는 게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는 인식을 90년대생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이어 “1인 자영업자나 1인 창업의 경우도 현재 새로운 시도를 권유하고 관용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에게 익숙한 것을 가지고 시도해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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