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숨진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고인이 일하던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대강당에서 열렸다. 영결식에 참석한 유가족과 동료들은 갑작스러운 사망에 슬퍼하는 한편, 한국의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실 것만 같아”…가족·동료 오열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고인의 영결식에는 시작 전부터 좌석 200여 석이 꽉 들어찼다. 영결식 시작을 앞두고 고인의 어머니가 오열하며 입장하자 좌석은 물론,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 서 있던 이들도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어머니는 입장한 후에도 “아이고 아들아” “내 새끼 죽이지 마라” 등 소리를 지르며 오열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보고, 추도사 순서로 진행됐다. 묵념이 시작되자 영결식장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추도사는 고인의 동료와 유가족 등이 맡았다. 추도사를 맡은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은 고인을 그리스·로마 신화 속 ‘아틀라스’에 비유했다. 이 센터장은 “한반도 전체를 털어도 선생님처럼 두려움 없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헤쳐나갈 사람은 없다”며 “아틀라스는 지구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고 있는데 그 덕분에 우리는 하늘 아래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센터장은 “선생님께선 지상에서의 근무를 마치셨지만 앞으로 저희가 선생님이 마련해주신 닥터 헬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갈 때 저희와 함께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기체에 선생님의 존함과 콜 사인(Call sign)인 아틀라스를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고인과 가까이 일했던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당신이 돌아가신 명절 연휴가 저희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만 같다”며 “이 연휴가 언젠가 끝나면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추도사를 맡은 장남 윤형찬씨는 “함께 한 시간은 적었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길 바라는 아버지의 꿈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1시간 가량 영결식을 마친 뒤 국립중앙의료원 곳곳을 둘러봤다. 장지는 경기 고양시의 서울시립승화원에 마련된다.
응급의료 위해 전방위 활동…복지부, 국가유공자 추진
앞서 고인은 지난 4일 설 연휴 중 근무를 하다 심정지 상태로 센터장실에서 발견됐다. 이틀째 연락이 닿지 않아 병원을 방문한 가족들이 고인을 발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생전 고인은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전방위로 활동해왔다. 고인은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응급의학과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때 전남대에서 제1호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됐다.
2012년부터는 중앙응급의료센터장으로 일하며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국가응급진료정보망 구축 △응급의료이송정보망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고인은 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도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당직근무를 자처하며 현장업무를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고인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