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백화점은 업체별 판매수수료를 차등적용하고 매출이 작은 업체의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편법으로 평균 수수료율을 관리, 정부의 감시기능을 무력화하고 있다. 개별 업체의 수수료 분석을 통해 판매수수료 평균값의 허실을 파악하고 직매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 납품기업들이 대형유통업체와 수수료 협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 A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국내 백화점들이 구두나 액세서리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최대 39%에 이르는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화점이 물건을 매입할 때 재고부담을 피하기 위해 특약매입을 선택하는 방식이 86.1%에 이르는 등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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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납품 중소기업 208개를 대상으로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롯데백화점은 구두·액세서리·패션잡화 부문에서 최고 39%의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는 생활·주방용품 부문에서 36%, 의류 35%의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백화점도 가구·인테리어(38%), 의류(36%) 등에 여전히 과다한 수수료를 부과했다.
백화점 판매수수료 결정은 ‘백화점과 합의해 조정한다’는 응답이 40.2%로 가장 높았지만 실제로 업체들은 수수료 결정시 ‘협상력이 작다(47.5%)’고 응답해 백화점이 제시하는 수준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중기중앙회는 분석했다.
중기업계는 판매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방안(중복선택)으로 ‘세일 할인율 만큼 유통업체 수수료율 할인감면 적용(53.6%)’, ‘수수료 인상 상한제 실시(45.8%)’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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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유형 조사에서는 백화점 업계가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상거래인 특약매입 방식(86.1%)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매입은 3.8%에 불과했다. ‘특약매입’이란 납품업체의 제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하고 재고를 반품하는 방식의 거래형태를 말한다. 직매입은 재고부담을 안고 제품을 구입한 후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기중앙회는 “계약, 상품거래, 판촉·세일, 인테리어, 기타 등 5개 부문 25개의 불공정거래 항목을 제시하고 경험한 사례를 선택하는 항목에서는 응답업체의 29.8%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공정거래행위 경험업체의 56.4%는 2가지 이상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 갑을관계에 따른 문제점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정책적 방안으로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23.1%)’, ‘동반성장지수 평가 확대 반영(22.1%)’ 등을 꼽았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산업지원본부장은 “백화점들이 특약매입을 지속하는 것은 납품기업에 리스크를 모두 떠넘기는 부동산 임대업체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보여 준다”며 “공정위는 백화점과 납품업체간 불공정행위, 판매수수료 등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 수수료상한제, 동반성장지수 평가 확대 등을 검토해 납품기업의 애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