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성사와 무산을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저먼트는 이달 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까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ISS “합병 불공정” 반대…삼성물산 “비논리적 의견” 유감
ISS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현저히 불리하다(Significantly Disadvantages)고 주장했다. 합병 이후의 수익 전망도 ‘지나치게(hugely)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측의 주장을 상당부문 수용하면서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의결권 자문사로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 2012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ISS의 주총 의안 분석 가운데 의결권 행사에 반영되는 경우가 74.3%에 달한다.
하지만 ISS의 의견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앞두고 ISS는 피아트 주주들의 권리를 약화시킨다며 반대 의견서를 냈지만 합병은 압도적인 찬성률로 승인됐다. 최근에는 ISS가 지난달 23일 소니 주총의 히라이 가즈오 사장 CEO 재임명 안건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저조한 실적으로 주주가치가 훼손했다”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주총결과는 88% 지지율로 통과됐다.
삼성물산은 5일 이번 ISS 보고서에 대해 “합병비율 등 여러 부분에서 객관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하며 일부분은 엘리엇의 부정확한 정보를 검토 없이 인용해 주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특히 합병 비율과 관련해 한번도 실현된적 없는 11만원을 삼성물산 목표 주가로 제시해 이를 근거로 ‘1대 0.95’라는 비현실적인 합병 비율을 권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국인·개인투자자 표심 나뉠 듯…국민연금이 성패 가른다
ISS의 합병 반대 결정으로 33.6%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은 나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엘리엇을 비롯해 합병 반대 의사를 이미 밝힌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와 일부 헤지펀드들은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커졌다.
반면 외국인 가운데 장기투자가나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운용하는 해외 연기금 등은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삼성물산이 배당성향 상향 조정 등 주주친화정책을 잇따라 내놓았고 외국인 주주들에게 개별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 찬성으로 기울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중인 개인투자자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소액주주연대카페가 모은 반대 의결권(0.4%)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일부 반대 의견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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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에만 투자한 것이 아닌 제일모직 등 삼성의 여러 계열사에 동시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합병 무산으로 인한 삼성 계열사 포트폴리오의 전체 가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차익만을 추구하는 외국 헤지펀드에 맞서 이번 분쟁을 국익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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