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네팔에서 지난 1934년 이래 80여년만에 최악의 강진이 발생했다.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던 등반객 10여명을 포함해 1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까지 감안할 경우 사망자가 수 천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77km 떨어진 지역에서 7.8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이 밝혔다. 당초 지질조사국은 규모 7.5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나중에 7.9로 상향 조정한 뒤 이를 다시 7.8로 낮췄다. 이후 규모 6.6의 강한 여진이 십여차례나 이어졌다.
인디아스 타임스가 운영하는 나우뉴스 채널에 따르면 미넨드라 리잘 네팔 정보부 장관은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15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중에서는 에베레스트산에서 일어난 눈사태로 등정중이거나 베이스캠프에 묵고 있던 등반객 등 외국인 18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네팔과 국경을 접하고 이는 중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지에서도 피해가 발생해 총 4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체 부상자도 4만5000명에 이르고 있다.
뉴델리에 있는 네팔 대사관 티르타 라즈 와글 영사는 “사망자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카트만두 등에서 오래된 건물들이 너무 많이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잘 장관 역시 강진에 따른 사망자가 최대 45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네팔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수색 작업에 돌입했다. 리잘 정보장관은 “지진 진원지인 (카트만두 서부) 고르카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가 목격됐다”면서 “네팔군이 야간투시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카트만두 주민들은 여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 밖으로 나와 밤을 지새우며 네팔 정부의 구조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국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네팔에 긴급 재난구호팀을 파견하고 초기 구호자금으로 100만달러를 보내기로 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스페인,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 등도 지원을 약속했다. 유엔 산하 유네스코는 네팔의 옛 왕궁과 수백 년 된 사원 등 오래된 건물 상당수가 무너짐에 따라 재건을 위한 도움을 줄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이름으로 네팔 가톨릭에 보낸 전보를 통해 강력한 지진으로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주로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 네팔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학 서베이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해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9~50%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최적 전망치는 3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