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돈 들어갈 곳은 한둘이 아닌데 자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 직원들에게 넉넉한 상여금을 안겨주고 싶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700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자금 수요조사’ 결과,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47.6%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반면 ‘자금 사정이 원활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10%에 불과했다.
충북 음성에서 비닐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이수양 대표는 “자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월급도 열흘씩 늦게 줬는데 상여금 지급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다. 귀향 차비 정도를 직원들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보너스 잔치는 꿈같은 이야기다. 오히려 임금 체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체불임금은 2년 연속 증가세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6만6500여명에 달했고 체불 금액은 1조1900여억원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32.7%(3904억원), 규모별로는 5~30인 미만 사업장이 42.3%(5049억원)로 가장 많았다. 대개의 경우 중소기업이다.
중기 CEO들은 은행 문턱이 너무 높다고 꼬집었다. 신용도가 낮고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이수양 대표는 “정부에서는 신용대출을 강조하지만 은행 현장에서는 씨가 안 먹힌다”며 “우리나라 은행은 중소기업이 어렵다고 해도 꼼짝도 안한다”고 꼬집었다. 부산 금사공단에서 기계부품업체를 운영 중인 이준영 대표는 “영세 기업이 금융권에서 자금 빌리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며 “제출 서류도 간소화하고 신용도 상대적으로 좀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은행권이 우량 중소기업에만 돈 빌려주기에 급급하지는 않은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규모별, 업종별 중소기업 자금지원 실적을 정부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